삼성家 맏이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별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30일 타계했다. 향년 90세. 이 고문은 삼성에서 독립해 한솔그룹을 일군 국내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이다.

이 고문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해 기존 전주제지였던 사명을 한솔제지로 바꾸고 본격적인 독자경영에 나섰다.국내 대기업 집단 중 최초로 순우리말을 사용해서 사명을 지을 정도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사업이념이었던 ‘사업보국’을 체감하며 자랐던 이 고문의 국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이 고문은 회사 안팎에서 여성 경영인으로서 섬세한 면모를 갖추었으면서도 경영활동에서는 누구보다 담대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에서 분리 당시 제지사업 중심이었던 한솔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으로 성장시키며 강력한 리더십과 실천력을 보여줬다. 이 고문은 삼성가의 맏이로 가족 간 화합을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

이인희 고문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공로가 큰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고문은 어린시절부터 이병철 회장이 도자기, 회화, 조각 등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수집하는 것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을 착실히 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내에 개관한 뮤지엄 산은 이인희 고문의 필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엄 산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화제가 됐다. 또 세계적인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아시아 최초로 4개나 설치돼 개관 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뮤지엄 산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서도 ‘다른 곳에는 없는 꿈 같은 뮤지엄’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같은 찬사 뒤에는 이 고문의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숨어있다.

이 고문은 우리나라 유일의 여성장학재단인 두을장학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여성인재 육성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모친인 고 박두을 여사의 유지를 받들어 삼성가 여성들이 함께 설립한 두을장학재단의 맏어른으로 많은 여성 인재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두을장학재단은 지난 17년간 약 5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여성파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자녀로는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 조동만 전(前) 한솔그룹 부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조옥형 씨, 조자형 씨가 있다. 장례식장은 삼성서울병원이다. 영결식 및 발인은 2월 1일 금요일 오전 7시 30분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