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크 EU 상임의장, 캐머런 전 총리에 브렉시트 투표 경고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당시)에 "어리석은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영국을 정치적 혼돈에 빠트릴 것"임을 사전 경고했었다고 밝혔다.

2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투스크 의장은 영국 BBC 방송의 새로운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자신이 당시 캐머런 총리에게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좀 더 진지하게 다룰 것을 촉구하면서 EU 회원국들은 영국의 어리석은 투표를 통해 EU를 개혁하려는 데 전혀 관심이 없음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또 캐머런 총리의 생각은 비록 국민투표를 제의했지만 당시 보수당과 연정 제휴 정당인 자민당의 반대로 결국은 국민투표가 무산될 것으로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자민당의 반대도 없었으며 자신의 국민투표안이 당내에서 승리했다면서 캐머런 총리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거둔 승리의 희생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캐머런 총리는 당시 '당 관리' 차원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내놓았지만 투표가 실현될 것으로는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스크 의장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막전 상황을 상기하는 가운데 자신이 캐머런 총리에게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서둘러 강행하려 할 경우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이때 처음으로 캐머런 총리의 눈에서 일종의 공포 같은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아마도 그때 자신이 직면한 도전의 실체를 깨달았었을 것이라고 투스크 의장은 덧붙였다.

투스크 의장은 캐머런 총리에게 "당신이 알다시피 무엇 때문에 이처럼 위험하고 어리석기 그지없는 국민투표를 결정했느냐"고 물었으며 캐머런 총리로부터 "유일한 원인은 그 자신의 당(보수당)"이라는 답변을 듣고 놀라움과 충격에 싸였었다고 전했다.

투스크 의장은 또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사임을 앞둔 캐머런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다면서 그날은 '심판이 날'이었다고 술회했다.

'유럽의 내부:10년간의 혼돈'이라는 제목의 3부작 다큐멘터리는 오는 28일 저녁(현지시간) 첫 회가 방영된다.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당시 EU가 영국에 대해 거의 양보를 하지 않은 것은 만약 영국에 양보할 경우 다른 회원국들의 요구가 쇄도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