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국내 3대 연예기획사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를 크게 밑돌며 ‘어닝 쇼크’가 예상된다는 분석 때문이다. 작년 3분기에 이어 실적이 계속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주가 상승세가 완전히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관투자가에 '미운털 박힌' 엔터株 왜?
기관 매도에 주가 급락

22일 코스닥시장에서 JYP엔터테인먼트(종목명 JYP Ent)는 500원(1.74%) 오른 2만9300원에 마감했다. 전날 9.0% 급락한 충격에선 벗어났지만 기관의 순매도는 계속됐다. 기관은 전날 286억원을 포함해 지난 나흘 동안 JYP엔터를 3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 1년 동안 쌓아올린 순매수액(약 860억원)의 40%가량을 쏟아낸 것이다.

기관은 같은 기간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290억원, 에스엠은 20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주가는 이 기간 각각 8.4%와 4.8% 하락했다.

시장에선 4분기 실적 부진을 이유로 꼽는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엔터주의 작년 4분기 실적이 부진했을 것이란 분석에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라며 “최근 증시가 반등하면서 많이 오른 엔터주를 팔고 낙폭과대주로 옮겨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나온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런 시장 예상을 ‘공식화’했다. 엔터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그는 JYP엔터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75억원으로 제시했다. 컨세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103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와이지엔터도 4분기 영업이익이 29억원으로 컨센서스(52억원)를 밑돌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JYP엔터의 앨범 판매량이 예상보다 20% 적었고, 일본 공연 매출이 올해 1월로 이연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잦아진 엔터주 조정

엔터주는 작년 10월에도 한 차례 급락했다. 지난해 10월24일 JYP엔터는 20.3%, 에스엠은 15.1%, 와이지엔터는 13.2% 떨어졌다. 이 연구원이 JYP엔터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종전 100억원에서 86억원으로 내린 것이 발단이 됐다.

증권가에선 더욱 강해진 한류 열풍을 이유로 이들 엔터주의 장기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사이에서도 주가가 몇 배씩 오르던 고성장세는 지나간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JYP엔터는 트와이스의 일본 인기에 힘입어 2017년 초 4805원에서 지난해 10월 3만9150원까지 약 8배 올랐지만, 최근 들어선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워너원 멤버들의 솔로 데뷔로 인한 경쟁 심화, 해외에선 BTS나 트와이스 뒤를 이을 신입그룹 육성이 관건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국내 남자 아이돌 가운데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던 워너원 멤버들이 올해 솔로로 데뷔한다”며 “대부분 중소형 기획사 출신이어서 팬덤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JYP엔터는 지난 21일 새로운 걸그룹인 ‘ITZY(있지)’를 처음 공개했는데, 반응이 미지근해 주가 하락폭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