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여만의 '재회' 무대…1차 정상회담 잇는 구체적 진전 만드는게 관건비핵화-상응조치 이견 해소되지 않은 듯…실무회담서 '난관' 예상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표가 '2월 말께'로 18일(현지시간) 가닥이 잡혔다.북미 정상의 역사상 첫 대좌로 '세기의 담판'으로 불렸던 지난해 6·12 1차 정상회담이 열린 지 8개월여만에 재회의 무대가 열리는 셈이다.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마주 앉아 70년 적대관계 청산과 비핵화의 첫발을 내딘 두 정상으로서는 1차 정상회담의 토대 위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손에 잡히는' 성과물을 내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이번 톱다운 담판의 결과에 따라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향배도 좌우될 전망이어서 한달여 뒤 열리게 될 두 정상의 만남에 다시 한번 이목이 쏠리고 있다.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전날 방미한 김영철 부위원장과 백악관에서 90분 동안 회동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께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다만 회담 장소는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했다.'2월내 개최' 방침을 확인함으로써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행계획(로지스틱스)의 핵심인 날짜와 장소 가운데 시기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걷어낸 셈이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를 '1월이나 2월'로 내다본 바 있다.그 이후 '2월 말∼3월 초 개최설'이 거론돼온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3월∼4월 개최'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1차 정상회담 당시 사전 준비에 6주 정도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백악관이 밝힌 '2월 말께'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앞당겨 만나겠다는 두 정상의 의지를 반영한 시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다만 이후 실무조율상황에 따라 세부시점이 재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역사적 장소로 낙점될 곳으로는 현재로서는 상징성과 접근성 면에서 베트남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분위기 속에 베트남 내에서 수도인 하노이와 다낭이 복수로 거론된다.WP는 다낭이 회담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미국은 과거 베트남전에 맞섰던 적대국이었지만 1995년 미국과 수교한 베트남을 북한의 롤모델로 제시, 적대관계 청산 및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강조해왔다.하노이는 수도로 북한 대사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유명관광지가 밀집한 다낭은 베트남전 당시 전투가 가장 치열하게 벌어져 상흔이 많은 베트남 중부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2차 회담이 베트남으로 최종 확정되면 1차 싱가포르 때에 이어 두 번 모두 북미 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비행거리'를 고려,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셈이 된다.백악관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의 '2월 말 개최'를 공식화함에 따라 그동안 답보상태를 보여온 북미 대화에 일단 돌파구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2차 정상회담 세부조율을 위한 '스티븐 비건-최선희 라인'의 실무협상 등 후속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2차 핵 담판 준비 작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성김-최선희 라인'의 판문점 채널과 '조 헤이긴-김창선 라인'의 싱가포르 채널 등 의제와 의전(로지스틱스)으로 나뉘어 투트랙 실무회담이 진행된 바 있다.당장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국제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스웨덴에 합류, 주말쯤 북미간 실무 협상 채널이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실무협상 창구인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8월 비건의 특별대표 임명 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그러나 북미 고위급 회담에 이어진 백악관 회동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회담의 날짜와 장소가 확정 발표되지 않은 데다 비핵화 실행조치-상응조치간 주고받기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실제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될 때까지 작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나온다.지난해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미 공세 등을 이유로 한차례 회담 취소를 통보, 무산 위기로까지 갔다가 김 부위원장의 방미 및 김 위원장 친서 전달 등을 통해 극적으로 회담이 회생되는 등 판이 출렁거린 바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2월말 시간표'를 공식화하며 북미 정상회담 드라이브를 거는 데는 '북핵 해결사'로서 김 위원장을 만나 직접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안팎에서 직면한 악재를 돌파, 탈출구를 마련하면서 재집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승부수 차원도 깔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WP는 실무급 단계에서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북미 협상의 운명이 단지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휘말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안팎의 악재로부터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자신의 대표적 외교적 성과를 부각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 "북측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사태와 러시아 스캔들 수사 등에 따른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외교적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북한과 자칫 '나쁜 합의'를 할 가능성을 경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그러나 비핵화 조치에 대한 구체적 접점 마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정상이 다시 대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미 조야의 회의론이 고조되는 등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민주당이 하원을 장악, 대북 관여 드라이브의 속도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질 수도 있다.'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채택된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지속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한국전 참전용사 유해수습 등 선언적인 4가지 항을 실행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빈손 핵담판' 이라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진행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고위급회담 장소에 인권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사진이 진열돼 눈길을 끈다.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박 3일 일정으로 방미 중인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에 있는 듀폰서클 호텔 9층의 연회장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사진 촬영에는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자리를 함께했다.촬영된 사진을 보면 폼페이오 장관을 가운데에 두고 양 옆으로 김 부위원장과 비건 대표가 나란히 선 가운데 김 부위원장이 선 자리 바로 뒤편에 킹 목사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눈에 띈다.킹 목사가 연단에 올라 연설하는 장면이 흑백으로 찍힌 이 사진은 호텔 벽면에 설치된 갈색 책장 위에 놓여 있었다.AFP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호텔에서 김 부위원장을 맞이하면서 인권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고 전했다.다만 이 사진이 원래부터 호텔 디스플레이용으로 책장에 전시돼 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로 유명한 킹 목사는 미국의 흑인 운동 지도자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인종 차별에 맞선 인물이다.이 공로를 인정받아 196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미국 정부는 킹 목사의 생일인 1월 15일을 기념, 매년 1월 셋째 월요일을 '마틴 루서 킹 주니어의 날'로 지정해 기리고 있다./연합뉴스
큰 틀의 주고받기 시도할 듯…비핵화-상응조치 수위가 관건北 영변핵시설 폐기 카드 가능성…'ICBM 폐기' 꺼낼 수도美 '제재·종전선언·훈련·연락사무소' 탄력적 접근 주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제2차 정상회담이 '2월 말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8개월 만에 다시 담판무대에 오르는 북미 두 정상이 무엇을 주고받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방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면담한 직후에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내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께(near the end of February)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정확한 날짜와 장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2차 정상회담 개최는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최대 관전포인트는 결국 두 정상 간의 '딜'이다.그동안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해온 양측이 과연 어떤 주고받기를 하느냐가 북핵 협상의 향방은 물론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흐름이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현재로서는 북미가 2차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주고받을지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미국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의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해 핵신고를 비롯한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등을 요구해왔다.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북미 협상은 그동안 사실상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그러나 북미가 제2차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주고받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서로의 카드에 대해 양측이 만족할만한 수준인지가 변수다.북미는 핵 리스트 신고, 핵 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일부 폐기, 영변핵시설 폐기 또는 동결·불능화, 대북제재 완화·해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의 다양한 카드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북미가 어떤 조합을 맞추느냐에 따라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그리는 '빅딜'(big deal)이 될지,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맞바꾸는 '스몰딜'(small deal)이 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가장 주목할 점은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미국은 핵·미사일 관련 신고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북한이 이미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핵무기와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 핵물질, 핵시설, 핵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관련 시설이 대상이 될 수 있다.북한이 핵·미사일 신고·검증 계획을 내놓으면 비핵화 협상은 급진전할 수 있지만 북한은 '타깃 리스트'를 제공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동안 이에 응하지 않았다.이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획기적인 태도변화를 보일 지는 미지수다.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6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가진 한국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북한의 협상 카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ICBM 폐기 문제 등을 꼽았다.북한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간의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대로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 폐쇄와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를 카드로 쓸 수도 있다.북한은 그 대가로 미국에 대해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종전선언, 한미군사훈련 중단, 북미 관계 정상화 등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재개 의지를 밝힌 남북 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평화협정을 위한 다자회담 문제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북한이 일부 비핵화 조치와 병행해 자신들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가운데 일부에 대해 '폐기'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미국의 최대 안보 우려를 일부나마 불식시키면서, 상응조치를 끌어내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ICBM급 '화성-15'를 시험 발사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한국 국방부는 고각 발사됐던 화성-15가 정상 각도로 발사될 경우 1만3천㎞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미국 수도 워싱턴DC까지 이를 수 있는 사거리다.다만 북한이 다른 비핵화 조치 없이 ICBM 폐기 카드만 꺼낸다면 이는 미국의 안보 우려만 일부 해소하는데 그치고,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보유국 인정 또는 최소한 '핵동결'을 관철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수 있다.문제는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어느정도 받아들이냐이다.현재로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심 요구사항인 대북제재 해제를 선뜻 수용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대북제재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미국의 부분적인 제재 해제나 한시적 제재 면제 등으로 유연성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대북제재를 한번 해제하면 현 국면에서 다시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미국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대북 인도적 지원 확대 등으로 북한 달래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북한의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이 이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기는 어렵겠지만 군사훈련 축소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한미는 이미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부분적인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축소로 대응해왔다.그동안 거리를 둬왔던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이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강경화 외교장관이 지난 16일 신년 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응한 미국의 상응 조치에 대해 "예컨대 종전선언을 포함해서 인도적인 지원이라든가, 어떤 상설적인 미북 간 대화 채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점도 시선을 끈다.'상설 미북 간 대화채널'은 북미 연락사무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다만 강 장관의 언급이 미국과의 일정 부분 교감하에 나온 것인지, 우리 정부의 희망을 내비친 것인지는 불투명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