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은 세계 각국에서 9960만 명이 시청했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지난해 11월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은 세계 각국에서 9960만 명이 시청했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국내 e스포츠 시장이 1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인터넷 방송을 중심으로 게임대회와 시청자 수가 늘어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 대비 저조한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1일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e스포츠산업 규모는 973억원이다. 2016년 933억원 대비 4.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는 케이블 게임방송이 452억원을 차지해 가장 규모가 컸다. 그 외 게임단 예산 206억원, 인터넷 게임방송 205억원, 대회 상금 68억원, 기타(온·오프라인 매체 광고 등) 40억원 등이다.

성장세가 두드러진 분야는 인터넷 게임방송이다. 2016년 136억원 수준이던 인터넷 게임방송시장은 2017년 50.5% 성장한 205억원에 달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1인 미디어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전통적 ‘게임 미디어’인 케이블 게임방송은 역성장했다. 2016년 475억원 수준에서 2017년 452억원으로 5%가량 시장이 줄어들었다. 경쟁 매체인 인터넷 방송의 성장, 케이블 방송의 가입자 수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인터넷 게임방송은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자체 게임대회를 열고 있다. 아프리카TV는 2016년부터 ‘스타크래프트1’ ‘배틀그라운드’ 등의 프로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1 프로 대회는 2012년 명맥이 끊겼으나 아프리카TV에서 부활해 ‘올드팬’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이영호, 염보성 등 유명 프로게이머가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시작한 것도 흥행에 한몫했다. 해외 업체인 트위치도 국내에서 인터넷 방송인들이 참가하는 게임대회를 열고 있다.

국내 e스포츠 리그 역시 인터넷 방송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도티’로 유명한 샌드박스네트워크를 비롯해 스틸에잇(옛 콩두컴퍼니), 미디어브릿지, 더플레이엔터테인먼트 등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업체는 프로게임단을 설립 및 인수해 운영 중이다. MCN은 1인 방송을 하는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는 업체다. MCN 업체는 게임단 운영을 통해 차별화된 게임 관련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전략이다.

인터넷 게임방송의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은 6억5500만달러(약 7300억원)로 집계돼 2016년 대비 32%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내 e스포츠 시장이 4.2% 성장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저성장이 이어진다면 중국과 미국 등 신흥시장에 ‘e스포츠 종주국’ 지위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지난해 국내 e스포츠 시장은 2017년 대비 성장률이 다소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LoL)’ 프로게임단 총예산 규모가 321억원으로 전년 대비 55.8% 증가했고 1군 선수 연봉 평균도 1억7600만원으로 80%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임방송도 고성장세를 이어가 케이블 방송의 감소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해외 e스포츠산업의 성장세만 바라보기보다는 한국 e스포츠 특성에 맞는 우리만의 전략과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