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량과 산업 생산 감소, 신흥국 부채 위험 때문에 글로벌 경기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8일(현지시간) 반기별로 발표하는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면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애초 3.0%에서 2.9%로 하향했다.

세계은행은 세계 성장률이 2017년 3.1%에서 지난해 3.0%, 올해 2.9%로 계속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 선진국보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크게 낮췄다. 미국 경제는 올해 2.5% 성장 전망을 유지했고 중국은 6.3%에서 6.2%, 유로존은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성장률은 애초 4.7%에서 4.2%로 0.5%포인트나 전망치를 낮췄다. 세계은행은 “일부 대형 신흥시장이 금융 부문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들 국가의 경기 둔화가 글로벌 경제의 브레이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경제는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세계은행은 세계 산업 생산과 무역량 감소를 글로벌 경기 둔화의 도화선으로 지목했다. 세계은행은 “2018~2020년 세계 무역량 추정치가 지난 6월 발표 때보다 0.5% 줄었다”며 “지난해 예상보다 무역 감소 여파가 더 크다”고 밝혔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가 신흥국 시장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 생산 감소는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불러왔고, 이는 GDP에서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높은 부채도 경기 둔화의 위험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긴축 기조가 세계에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표시 부채가 많은 국가의 부담이 커졌고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은행은 저개발 30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지난 4년간 최대 50%포인트 높아졌다고 추산했다. 세계은행은 “이들 국가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 현상과 부채 상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