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 대표이사(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 시장 환경이 불확실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너지 창출, 디지털 혁신 등 각 사별 현안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올해"…위기의식 '한 목소리'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올해 대내외 환경은 최근 몇 년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브렉시트 등과 더불어 저성장 기조 고착화, 가계부채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등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있다"고 우려했다.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여년이 지난 현재 금융시장은 매우 중요한 변곡점을 마주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둔화와 우려가 확대되는 등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는 "새롭게 시작하는 올해는 경제와 금융시장 환경이 지난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거문고의 줄을 풀어 다시 조율하고 고쳐 메다(해현경장)'라는 말을 되새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도 "올해 글로벌 경기둔화, 무역분쟁 이슈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환경이 어려울수록 투자전문회사인 미래에셋대우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시너지 창출·디지털 혁신 등 세부사항 '차별화'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시너지 창출에 주목했다. 투자은행(IB)과 트레이딩 직원의 협업으로 새로운 데이터 기법을 도입하는 등 국내 부문 간 시너지와 해외와 국내의 융합을 주문했고 시너지의 '일상화'를 강조하기도 했다.최현만 대표는 "글로벌, 투자전문, 연금, 디지털 등 그간 각자 담당 분야에서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는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일문 대표도 "추가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내고 미래 성장 기반을 키우기 위해서는 계열사 간 강점 공유와 본부 사이의 시너지를 일상화 시켜야한다"고 했다.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디지털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주식거래에만 활용되고 있는 디지털을 자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고 디지털을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정영채 대표는 "현재 주식거래 위주의 플랫폼에 치중돼 있지만 자산관리나 기업금융 트레이딩, 지원업무까지 다양한 분야에 디지털을 접목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림·김성현 대표는 "디지털을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중장기 성장을 위한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증권업계에서 NH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분야의 강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NH투자증권은 주식발행시장(ECM) 부문 1위,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2위에 올라 IB 강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2018년 3월 정영채 사장 취임 이후 IB 부문의 이런 경쟁력이 자산관리(WM) 부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정 사장이 ‘투자자가 원하는 모든 금융투자 상품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의 ‘자본시장 넘버원 플랫폼 플레이어’를 회사의 청사진으로 제시한 게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NH투자증권은 IB 부문에서 발굴한 경쟁력 있는 투자 대상을 WM 부문을 통해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정착시켰다. 이에 따라 WM 부문의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WM 부문에서 작년 1~11월 1391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려 2017년 연간 경상이익(92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집단지성으로 경쟁력 강화NH투자증권은 고액자산가를 위한 점포 ‘프리미어 블루’를 2010년 선보였다. 프리미어 블루 강남·북센터를 운영하면서 고액자산가를 끌어모았다. 지난해 조직 개편에선 WM사업 강화를 위해 ‘프리미어블루본부’를 신설했다. 프리미어 블루 외에 NH투자증권이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NH플러스금융센터’는 3곳이 있다. 상주직원은 일반 WM센터의 약 3배인 60여 명이다.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입맛’에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다수의 베테랑 프라이빗뱅커(PB)를 포진시켰다.비(非)금융투자 분야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본사에 컨설팅팀을 따로 꾸렸다. 세무, 부동산, 법률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인력이 PB들과 함께 움직인다. 컨설팅팀은 일선 WM센터의 PB와 공조해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원스톱 토털 자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문성과 차별성을 높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인프라만 확대한 게 아니라 조직 운영 시스템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PB 평가 요소에 ‘고객 관리 과정’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잘 형성하느냐’를 PB 평가의 핵심 요소로 제시함으로써 PB를 투자자의 파트너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 PB는 투자자에게 금융투자 상품을 파는 데 주력하기보다 고객 예탁자금의 성격과 고객의 투자성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최대 경쟁력개인투자자가 여러 투자처에서 돈을 굴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차별화한 상품을 공급하는 역량은 NH투자증권 WM 부문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WM 고객을 위해 NH투자증권이 직접 개발한 특화 상품의 판매실적은 2016년 486억원에서 2018년 3547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투자자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NH투자증권이 함께 투자하는 금융투자 상품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018년 9월과 10월에 설정한 아시아전문투자30호(과천지식정보타운S6블록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LK전문투자4호(김포고촌물류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가 대표적이다.NH투자증권은 이들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 일부를 투입했다. 상품을 개발한 회사가 함께 투자하는 만큼 손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IB 부문의 탁월한 딜소싱 역량을 통해 확보한 매력적인 투자처를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이를 통해 WM 부문에서 확보한 자금을 IB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고 설명했다.해외 채권 사업도 강세‘금리+α’의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고액자산가에게 안정적인 해외 채권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10년간 해외 채권 중개 규모와 소개 상품 건수에서 증권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으로 2000개가 넘는 기업의 채권을 확보해 고액자산가에게 소개하고 있다.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엔 2011년 옛 한국메릴린치증권 PB사업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의 노하우가 영향을 미쳤다. NH투자증권은 메릴린치 시절부터 해외 채권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던 PB 인력을 그대로 흡수해 해외 채권 중개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배경주 NH투자증권 WM사업부 자산관리전략총괄(전무)은 “고객의 입맛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어 일률적인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는 WM의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NH투자증권은 고객 성향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할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가장 고도화된 플랫폼으로서의 WM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고객과의 관계 강화는 그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증권업계는 올 한 해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이란 게 중론이다. 글로벌 증시가 상당 기간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거래 부진으로 인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감소, 트레이딩 손실 확대 등이 예상되고 있다.이런 흐름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돼 주요 증권사가 하반기 부진한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연초부터 위기돌파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경영환경 악화 불가피”상당수 증권사 CEO들은 새해를 맞아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렇게 보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 대내외 환경 악화로 증시부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증시 부진이 장기화하면 브로커리지, 자산관리(WM), 트레이딩 등 사업별로 손실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2019년 또다시 만만치 않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패권 충돌은 시장 변동성을 높이고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국내 경기 침체는 대신금융그룹의 주사업인 금융과 부동산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금융시장은 중요한 변곡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금리도 상승 기조로 돌아서면서 전반적인 영업환경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증권업계 내부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금융당국 규제는 이전보다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증권회사와는 차별화된 정보기술(IT) 기반 기업들의 증권업 진출이 예상되는 등 업계 전반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커지는 실적둔화 가능성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증권업계 실적 둔화는 작년 하반기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55곳의 작년 3분기 순이익은 총 957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882억원(23.1%) 감소했다.수수료 수익(2조1575억원)이 20.3% 줄어든 게 특징이다. 이 가운데 특히 수탁수수료가 9103억원으로 30.2% 급감했다. 작년 3분기 거래대금(유가증권, 코스닥 합계)이 573조원으로 직전 분기(837조원)보다 31.5% 줄어든 영향이 반영됐다.트레이딩 부문에서 파생 관련 손실도 6441억원에 달했다. 주요 기초지수 하락과 조기상환 감소 등으로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결합증권(DLS) 평가·상환 손실이 늘었기 때문이다.증권업계에선 작년 4분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3분기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져 시장이 급랭했기 때문이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0월 시장 조정폭이 컸기 때문에 증권업계의 작년 4분기 순이익 규모는 3분기보다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당분간 금리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증시 불안 요인에 따라 증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나빠질 소지가 있다”며 “수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디지털·특화·인재가 생존 키워드증권업계에선 대형사의 경우 투자은행(IB)과 WM부문 간 연계 영업, 중소형 증권사들은 특화사업 강화라는 경영 트렌드가 이어졌다. 올해는 여기에 디지털 혁신을 화두로 더했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IB와 WM 부문의 협업을 더욱 강화하는 등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비대면 자기주도형 투자자들을 위해 핀테크(금융기술) 기반의 온라인,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중소형 증권사 CEO들은 “특화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임재택 한양증권 사장은 “한양증권만의 특화된 강점을 활용해 2019년 위기의 파고를 이겨내고 승리하는 한 해, 강소 증권사로의 도약을 위해 중대한 진전을 이루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작년 3분기 트레이딩 부문에서 큰 손실을 봤던 미래에셋대우는 트레이딩 1부문 산하 에쿼티파생본부장과 FICC파생본부장으로 ‘30대 젊은 피’인 김연추 전 한국투자증권 투자공학부 팀장(38)과 강현석 전 대신증권 FICC팀장(38)을 영입하는 파격인사를 지난 1일 단행했다. NH투자증권도 작년 말 인사에서 신설 사업부인 홀세일(WholeSale) 사업부 대표(부사장)에 김태원 전 DS자산운용 대표를 선임했다.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