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동료 의사에 "고인이 못다 한 일 위해 기부하고 싶다" 밝혀
이낙연 총리 "재발 막기 위해 복지부·정신의학회와 TF 구성"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에 3일 각계 인사의 조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족들이 조의금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고인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족분들이 '가족이 모두 논의한 결과'라며 오늘 두 번째 의견을 주셨다"면서 "조의금은 일부 장례비를 제외하고 절반은 강북삼성병원에, 절반은 고인이 못다 한 일을 하기 위해 동료들에게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미리 밝혔다"는 글을 올렸다.

백 교수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조의금과는 별도로 임 교수가 못한 일은 저희가 모금을 해서라도 반드시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좋은 뜻을 알려주신 고인의 유족분들께 감사드린다.

저희도 인간의 도리를 할 수 있게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기를 부탁드려야겠다"고 밝혔다.

임 교수의 장례는 병원장으로 장례비는 강북삼성병원에서 부담하고 있다.

임 교수의 유족은 전날 "의료진 안전을 보장하고,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낙인 없이 편히 치료받을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에 마련된 임 교수의 빈소에는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가 방문해 애도의 뜻을 표명했다.

이 총리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면서 임 교수님 유족들께서 이번 일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려운 말씀을 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 교수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는 치료대로 하되 이런 일은 다시 생기지 않도록 보건복지부, 정신의학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과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정부 차원의) 논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빈소를 찾아 "정신과가 다른 진료과에 비해 환자로부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건축적 구조, 안전요원 배치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의료계와 논의해보겠다"면서 "의사의 안전한 진료를 위한 근본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단 차원에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함께 빈소를 찾았다.

손 대표는 "의료인이 안심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임 교수의 죽음을 계기로 정치인들이 각성해 의료인 안전을 위한 법적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구 대한의학회장도 이날 빈소를 찾아 "참담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말을 흐렸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조문 후 "간호사를 구하다 유명을 달리한 임 교수의 동료애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며 "응급실뿐 아니라 의료시설 전반에 보안 인력 의무화와 처벌강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식 성명을 냈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려 결국 사망했다.

피의자는 조울증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2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돼 경찰에 구속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