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넥신 "개량신약에서 혁신신약으로...올해 면역항암제, 성장호르몬 성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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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하이루킨'의 삼중음성 유방암 임상 2상 결과에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지속형 성장호르몬 치료제 임상 3상 허가도 신청할 겁니다."
서유석 제넥신 대표(사진)는 "올해는 개량신약 개발에서 혁신신약 개발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를 위해 제넥신은 임상에서 미충족 수요가 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여러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미국 자회사 '네오이뮨텍'과 공동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하이루킨'이다.
면역세포 수 늘리는 하이루킨
서 대표가 사업화 가능성이 가장 큰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로 꼽은 게 하이루킨이다. 하이루킨은 제넥신의 원천기술인 '하이브리드에프씨(hyFc)'와 면역체계 신호전달물질 '인터루킨-7(IL-7)'을 융합한 것이다. hyFc는 체내에 주입된 약물의 활성을 높이고 오래 지속시키는 기술이다. 여기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T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는 IL-7을 접목했다.
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IL-7은 물질의 성질이 불안정해 몸 안에서 쉽게 사라진다. 체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IL-7 돌연변이를 만들고 거기에 hyFc를 붙였다. 이 회사는 하이루킨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프랑스 바이오 기업 사이더리스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물질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임상 계획을 잘못 짜 물질 양산에 실패했다. 그는 "신약 개발의 관건은 물질 생산 능력"이라며 "아무리 효능이 뛰어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했다.
서 대표는 "포스텍에서 연구용으로 개발한 기간을 합쳐 10년간 IL-7에 천착해왔다"며 "T세포의 수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기존 면역항암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키트루다, 옵디보 등 이목을 끌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면역관문억제제다. 암세포가 T세포를 속여 자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면역관문'을 제거해 T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면역관문억제제가 군대의 전투력을 높이는 것이라면 하이루킨은 군인 수를 늘리는 것"이라며 "이런 성격의 면역항암제는 현재 하이루킨이 유일하다"고 했다. 지난해 제넥신과 자주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 미국 바이오 기업 넥타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는 "넥타는 약물 지속 시간을 늘리는 기술과 T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는 신호전달물질 IL-2를 결합했다"고 했다.
키트루다 병용 임상 기대 커
그는 하이루킨을 병용요법에 활용하면 항암 효과가 매우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서 대표는 "키트루다 단독 투여는 삼중음성 유방암에 큰 효과가 없다"며 "임상 1상에서 결과가 굉장히 좋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머크, 로슈 등 여러 다국적사와 병용투여 임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미국에서 흑색종, 피부편평세포암 등 피부암 환자에게 로슈의 티센트릭을 함께 투여하는 임상에 대한 승인은 올해 초 나올 전망이다.
치료 후 평균 생존기간이 16개월 밖에 안 되는 교모세포종에 대한 임상도 한국과 미국에서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받은 교모세포종 임상 1/2a상은 제넥신이 미국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임상이다. 올해 중간결과가 나온다. 작년 10월엔 수술 및 방사선 요법 등 표준치료법과 병행하는 임상에 대한 FDA 승인을 받았다. 그는 "교모세포종의 경우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시작한 임상 외에 하이루킨의 적응증을 앞으로 꾸준히 늘리며 항암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2500억원과 자회사 네오이뮨텍이 유치한 1500억원의 상당 부분을 하이루킨 임상에 사용할 계획이다.
성장호르몬 美 임상 3상 올해 개시
임상이 가장 많이 진행된 파이프라인은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다. hyFc 기술을 적용한 결과 주 1회 또는 월 2회 맞아도 매일 한 번씩 맞아야 하는 기존 성장호르몬 주사제와 동등한 효능을 나타냈다.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 성장호르몬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 수준이다.
한국, 독일, 프랑스 등 7개 국가에서 임상 2상을 마친 제넥신은 올해 초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아직 조심스럽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임상 비용과 기간 때문이다. 그는 "임상 2상 결과가 좋아 일단 다음 임상을 추진하면서 기술이전이나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임상 등을 모색하려 한다"며 "보사티스처럼 임상 2상은 좋았는데 임상 3상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어 성공을 100% 확신하긴 이르다"고 했다. 국내와 유럽 임상은 미국 임상을 마친 뒤 추진할 계획이다.
자궁경부전암·자궁경부암 DNA백신은 임상 2상 단계다. 올해 결과가 나온다. DNA백신은 항원 유전자 일부를 근육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제넥신은 DNA백신을 설계, 전달, 생산하는 자체 기술을 가지고 있다.
서 대표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 대상 질환에 맞게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해 DNA백신에 활용할 수 있는 암항원 유전자를 가진 회사에 접촉할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재작년 8월부터 단독 대표를 맡게 된 서 대표는 지희정 전 녹십자 전무를 바이오연구소장으로, 김광호 전 존슨앤드존슨 북아시아 총괄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며 조직을 쇄신했다. 그는 "글로벌 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를 느꼈다"며 "인사 전문가인 김 부사장을 영업한 이유"라고 했다. 자회사 네오이뮨텍의 코스닥 상장도 올해 안에 추진한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서유석 제넥신 대표(사진)는 "올해는 개량신약 개발에서 혁신신약 개발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를 위해 제넥신은 임상에서 미충족 수요가 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여러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미국 자회사 '네오이뮨텍'과 공동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하이루킨'이다.
면역세포 수 늘리는 하이루킨
서 대표가 사업화 가능성이 가장 큰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로 꼽은 게 하이루킨이다. 하이루킨은 제넥신의 원천기술인 '하이브리드에프씨(hyFc)'와 면역체계 신호전달물질 '인터루킨-7(IL-7)'을 융합한 것이다. hyFc는 체내에 주입된 약물의 활성을 높이고 오래 지속시키는 기술이다. 여기에 암세포를 공격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T세포의 수를 증가시키는 IL-7을 접목했다.
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IL-7은 물질의 성질이 불안정해 몸 안에서 쉽게 사라진다. 체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IL-7 돌연변이를 만들고 거기에 hyFc를 붙였다. 이 회사는 하이루킨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했다.
프랑스 바이오 기업 사이더리스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물질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임상 계획을 잘못 짜 물질 양산에 실패했다. 그는 "신약 개발의 관건은 물질 생산 능력"이라며 "아무리 효능이 뛰어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했다.
서 대표는 "포스텍에서 연구용으로 개발한 기간을 합쳐 10년간 IL-7에 천착해왔다"며 "T세포의 수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기존 면역항암제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키트루다, 옵디보 등 이목을 끌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대부분 면역관문억제제다. 암세포가 T세포를 속여 자기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면역관문'을 제거해 T세포가 암을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면역관문억제제가 군대의 전투력을 높이는 것이라면 하이루킨은 군인 수를 늘리는 것"이라며 "이런 성격의 면역항암제는 현재 하이루킨이 유일하다"고 했다. 지난해 제넥신과 자주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 미국 바이오 기업 넥타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는 "넥타는 약물 지속 시간을 늘리는 기술과 T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는 신호전달물질 IL-2를 결합했다"고 했다.
키트루다 병용 임상 기대 커
그는 하이루킨을 병용요법에 활용하면 항암 효과가 매우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키트루다 병용투여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서 대표는 "키트루다 단독 투여는 삼중음성 유방암에 큰 효과가 없다"며 "임상 1상에서 결과가 굉장히 좋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머크, 로슈 등 여러 다국적사와 병용투여 임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미국에서 흑색종, 피부편평세포암 등 피부암 환자에게 로슈의 티센트릭을 함께 투여하는 임상에 대한 승인은 올해 초 나올 전망이다.
치료 후 평균 생존기간이 16개월 밖에 안 되는 교모세포종에 대한 임상도 한국과 미국에서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 받은 교모세포종 임상 1/2a상은 제넥신이 미국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임상이다. 올해 중간결과가 나온다. 작년 10월엔 수술 및 방사선 요법 등 표준치료법과 병행하는 임상에 대한 FDA 승인을 받았다. 그는 "교모세포종의 경우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시작한 임상 외에 하이루킨의 적응증을 앞으로 꾸준히 늘리며 항암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2500억원과 자회사 네오이뮨텍이 유치한 1500억원의 상당 부분을 하이루킨 임상에 사용할 계획이다.
성장호르몬 美 임상 3상 올해 개시
임상이 가장 많이 진행된 파이프라인은 지속형 성장호르몬 'GX-H9'다. hyFc 기술을 적용한 결과 주 1회 또는 월 2회 맞아도 매일 한 번씩 맞아야 하는 기존 성장호르몬 주사제와 동등한 효능을 나타냈다.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 성장호르몬 시장 규모는 연간 5조원 수준이다.
한국, 독일, 프랑스 등 7개 국가에서 임상 2상을 마친 제넥신은 올해 초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아직 조심스럽다"고 했다. 만만치 않은 임상 비용과 기간 때문이다. 그는 "임상 2상 결과가 좋아 일단 다음 임상을 추진하면서 기술이전이나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임상 등을 모색하려 한다"며 "보사티스처럼 임상 2상은 좋았는데 임상 3상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어 성공을 100% 확신하긴 이르다"고 했다. 국내와 유럽 임상은 미국 임상을 마친 뒤 추진할 계획이다.
자궁경부전암·자궁경부암 DNA백신은 임상 2상 단계다. 올해 결과가 나온다. DNA백신은 항원 유전자 일부를 근육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제넥신은 DNA백신을 설계, 전달, 생산하는 자체 기술을 가지고 있다.
서 대표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 대상 질환에 맞게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기 위해 DNA백신에 활용할 수 있는 암항원 유전자를 가진 회사에 접촉할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재작년 8월부터 단독 대표를 맡게 된 서 대표는 지희정 전 녹십자 전무를 바이오연구소장으로, 김광호 전 존슨앤드존슨 북아시아 총괄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하며 조직을 쇄신했다. 그는 "글로벌 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를 느꼈다"며 "인사 전문가인 김 부사장을 영업한 이유"라고 했다. 자회사 네오이뮨텍의 코스닥 상장도 올해 안에 추진한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