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관객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연초부터 온 나라가 미투(Me Too) 열풍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요참에 사내놈들 못된 버릇을 싹 다 뜯어고쳐서 말로만 남녀평등이 아니라 실제로도 여남이 평등하게! 두려움도 없이 폭력으로부터도 자유롭게!…”

국립극장 마당놀이가 신작 ‘춘풍이 온다’로 돌아왔다. ‘심청이 온다’, ‘춘향이 온다’, ‘놀보가 온다’에 이은 네 번째 작품이다. 지난달 6일 개막한 이 공연은 ‘미투’와 페미니즘으로 뜨거웠던 지난해 문화계의 고민과 성찰을 녹여낸 마당놀이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심청, 춘향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춘풍’으로도 지난달 기준 평균 97%에 달하는 객석 점유율로 흥행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마당놀이 특유의 풍자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도 놓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시지와 재미, 두 마리 토끼 잡아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각색한 ‘춘풍이 온다’는 춘풍의 하녀 ‘오목’을 내세워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을 강조했다. 오목은 신분은 낮지만 넉넉한 인심과 남다른 장사 수완으로 유흥에 빠져 있던 주인공 ‘춘풍’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인물이다. 공연을 연출한 손진책 연출가는 “여성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기 위해 원작에 없던 새로운 역할을 추가했다”며 “미투와 관련된 사건들로 혼란스러운 사회에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치 있는 말장난과 유행어는 마당놀이 무대를 더욱 다채롭게 꾸민다. 극 중 춘풍은 잔치에 온 기생들을 보며 “한 사람 앞에 별풍선 500만 개씩”, “내 트친(트위터 친구), 페친(페이스북 친구), 인싸친(인스타그램 친구), 선착순으로 배포한다”는 대사를 쏟아낸다. 꼭두쇠가 춘풍의 얘기를 꺼내자 “못된 남성의 표본이자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이춘풍 이야기를 한단 말이오?”라며 화를 내는 장면도 나온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어르신부터 젊은이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기획했다”고 했다. 가짜 말을 타며 우스꽝스럽게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객석의 아이들까지 웃음을 터뜨린다.

관객들의 소통 갈증 해소하기도

높은 인기에는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이는 마당놀이만의 전략도 한몫했다. ‘춘풍이 온다’를 비롯한 국립극장의 마당놀이는 모두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과 함께한다. 극 초반부에 관객들과 함께 무대 위에 모여 고사를 지내는가 하면 인물 간 모든 갈등이 해소된 뒤에는 ‘이런 일 다시 없게 근심 걱정 풀어보세’라고 노래하는 무대 위 뒤풀이에도 배우와 관객은 하나가 돼 움직인다.

손 연출가는 관객과의 활발한 소통이 마당놀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연극사는 보통 10년 주기로 장르가 바뀌지만 마당놀이는 40년을 향해 가고 있다”며 “그만큼 관객들이 소통에 목말라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손 연출가는 “일반 연극은 일단 막이 오르면 공연을 시작할 수 있지만 마당놀이는 관객이 없으면 공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젊은 피’가 이끄는 ‘젊은 마당놀이’

‘마당놀이 2기’를 이끌어가는 배우들 역시 마당놀이 인기의 주역이다. 마당놀이는 2011년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마당놀이 경험이 없는 젊은 배우들과 함께 2014년 다시 시작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손 연출가의 생각이 발단이었다. ‘오목’ 역의 서정금도 당시 합류한 원년 배우다.

한층 젊어진 마당놀이는 2014년 첫 공연 ‘심청이 온다’로 ‘객석 점유율 99%’라는 성공을 거뒀다. 5년간 총 관객 수는 16만 명을 돌파했다.

주은진 기자 jinz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