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가 26일 서울 태평로 한은 브리핑룸에서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 관리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왼쪽)가 26일 서울 태평로 한은 브리핑룸에서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 관리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금리 정책의 가늠자가 되는 ‘물가안정목표’를 연 2%로 유지하기로 했다. 3년마다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앤다. ‘물가 목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2%로 고정하겠다’는 메시지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내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확정했다. 2016~2018년 목표와 동일하게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 2%로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달라진 것은 적용 기간을 특정하지 않기로 한 점이다. 지금까지는 3년마다 목표를 다시 설정하게 돼 있었다. 한은 관계자는 “2010년부터 작년까지 평균 물가 상승률이 1.9%였고 변동성도 크지 않았다”며 “물가 목표를 변경할 필요성이 예전보다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2%를 훌쩍 넘기는 인플레이션은 나타나기 힘들다는 판단도 있었다. 해외에서도 10년 이상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는 26개국 중 미국, 일본 등 17개국은 적용 기간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는 통화정책 방향을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 가령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도는 현상이 이어지면 한은은 정책 방향을 긴축으로 잡는다. 시장도 목표 대비 물가 수준을 보고 한은의 금리 결정 방향을 예측한다. 그런데 물가안정목표 자체가 자주 바뀌면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를 1998년 도입한 이후 여덟 차례 바꿔 경제 주체에 혼란을 줬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은은 물가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국민과의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를 1년에 두 번 정례적으로 발간하고 이와 관련해 총재 기자간담회도 연다. 한은이 물가만 전문으로 다루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최근 국제 유가 급등락으로 국내 물가가 출렁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가 상황을 국민에게 잘 설명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