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재입법예고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장관이 기자회견 도중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재입법예고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장관이 기자회견 도중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결국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손보기로 했지만 정작 논란의 핵심인 법정 주휴시간은 그대로 둔 채 ‘땜질 처방’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저임금 시급 환산 논란의 핵심은 근로자가 받은 임금(분자)을 몇 시간(분모)으로 나눌 것인지였다. 대법원은 주휴일(통상 일요일 8시간)과 노사 간 약정휴일(통상 토요일 4시간 또는 8시간)을 모두 뺀 월 174시간(소정근로시간)만 분모로 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174시간에 주휴일·약정휴일도 포함해 209~243시간이 된다고 봤다. 고용부 계산식대로라면 분모가 커져 연봉 5000만원 이상 받는 일부 대기업 근로자도 시급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밑돌게 된다.

고용부는 이번 시행령 재개정을 통해 약정휴일 시간과 그에 해당하는 임금을 동시에 제외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분자와 분모가 모두 줄어들면서 최저임금 시급은 기존과 달라지지 않는다. 산업현장의 우려를 감안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국무회의 하루 전까지 고용부를 설득했지만 결국 ‘마이웨이’를 꺾지 못한 것이다. 시행령 재개정을 촉발한 ‘연봉 5000만원 이상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논란’도 여전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5개월간 귀 막은 고용부, 입장 선회 왜?

당초 논란은 고용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으로 촉발됐다. 개정안은 최저임금 시급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을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에서 ‘소정근로시간과 유급으로 처리되는 (모든) 시간’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에는 1주에 1회로 정해진 주휴일과 노사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이 포함된다. 가상의 근로시간이 월 최대 69시간 늘어나는 셈이다.

실제 받은 임금은 정해져 있는데 기준시간이 늘어나면 나눈 값(시급)은 작아져 최저임금 위반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이런 우려 탓에 경영계에선 시행령이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는 것은 물론 연봉 5000만원 이상을 주더라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될 것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아랑곳하지 않던 고용부는 약정휴일과 그에 해당하는 임금은 산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나마 산업계 파장을 우려한 몇몇 장관의 의견을 받아들여서다. 여기에는 지난 10월12일 대법원 판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해당 판결은 최저임금 시급 산정 기준시간에는 소정근로시간만 해당한다며 주휴일은 물론 약정휴일도 빼야 한다고 했다. 고용부 원안대로라면 평균 연봉이 9000만원대인 현대자동차 직원 7000여 명도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핵심 쟁점 ‘주휴수당’은 그대로

고용부의 수정안은 결과적으로 개정안 원안에 비해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 약정휴일에 해당하는 시간과 임금을 최저임금 산식에서 동시에 빼기로 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4시간을 유급휴일로 약정해놓은 회사에 월급여 200만원을 받는 A근로자가 있다고 치자. 이 회사의 최저임금 기준시간은 월 226시간(소정근로 174시간+주휴 35시간+약정 17시간)이다. 시행령 개정안 원안대로라면 A씨의 환산시급은 8850원(200만원÷226시간)이다.

고용부의 수정안을 적용하면 시급환산을 위한 월급여액은 약정휴일에 대한 대가 15만450원(8850원×17시간)을 제외한 184만9550원이 된다. 환산시급은 8850원(184만9550원÷209시간)으로 약정휴일과 해당 임금을 포함했을 때와 같다.

다만 일부 대기업은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위반 논란에서 다소 자유로워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상당수 기업에서 격월 또는 분기별로 지급하고 있는 상여금 지급 주기를 ‘매달 지급’으로 바꾸지 않으면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토요일을 약정 유급휴일로 하고 있는 대부분 기업에는 강한 노동조합이 있어 기업들은 단체협상 과정에서 이를 관철하기 어렵다. 고용부가 단체협약 문제로 최저임금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서 위반이 적발돼도 최대 6개월간 시정기간을 주기로 한 이유다.

법정 주휴수당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재입법예고의 또 다른 의미는 고용부가 어떤 경우에도 주휴시간만큼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주휴일·약정휴일

근로기준법 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했다면 주말 이틀을 쉬어도 하루(주휴일)는 일한 것으로 간주해 수당(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법정 주휴일 외에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유급휴일로 정한 날(통상 토요일)을 약정휴일이라고 한다.

백승현 기자/최종석 노동전문위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