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주일본 대사는 12일 “현재 한·일 관계가 다소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한 그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엇보다 냉정과 절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지난 10월31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판결과 지난달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 이후 외교당국자가 한·일 관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사는 “한·일 간 과거사와 관련한 문제는 지혜롭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별도로 경제·인적·문화 교류에서의 실질 협력은 심화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투트랙 전략’이 대일본 정책의 기조라는 얘기다.

이 대사는 “친구는 고를 수 있지만 이웃은 선택할 수 없다”며 “어느 나라든 모든 외교정책은 이웃과의 선린관계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년간 한·일 간 역사와 관련한 민감한 이슈들을 현장에서 직접 다루면서 한·일 관계에서 무엇보다 냉정과 절제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을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대법원 판결 이후 한 달 반 만에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강 장관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신중한 대응을 일본 측에 촉구했으며, 두 장관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