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향후 원내 운영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나경원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향후 원내 운영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나경원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2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정치의 틀을 바꾸는 일은 속전속결로 할 게 아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편 문제는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아직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지 않으냐”며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당내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주장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의원 수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전날 원내대표·정책위원회 의장 경선에서 선출된 나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에 대해 “내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는 것은 당내 계파 정치가 종식됐다는 뜻”이라며 “이번엔 특정 계파 수장이 특정 후보를 미는 ‘오더(지시) 투표’도 먹혀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파 수장 도움 없이 자력으로 원내대표 자리에 오른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를 준비하면서 의원 명단에 동그라미, 세모, 가위표를 그려 가며 누가 어느 계파인지 파악했지만, 이젠 머릿속에서 다 지웠다”며 “원내 지도부도 계파를 떠나 능력 있는 의원들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탄력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탄력 근로제를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당 자체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탄력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까지 확대하는 법안을 내년 2월까지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달 임시국회 소집 가능성에 대해 “현안이 많아 소집 필요성은 있지만 민주당과 부딪히는 사안이나 당내 요구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이달 임시국회가 열리면 공공기관 고용 세습에 대한 국정조사 계획서부터 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출범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의 공과에 대해선 “‘탈국가주의’ 같은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인적 쇄신의 시기를 놓친 게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나 전국 253곳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하고 있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112명의 현역 의원이 하나 돼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이번에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에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많이 포함되면 친박계 지지를 받아 원내대표에 당선된 나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원내 협상 상대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나 원내대표는 협치를 당부하는 문 의장에게 “협조할 건 확실히 협조하지만 헌법적 가치가 흔들리는 일이 있으면 확고하게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선 “일각에선 ‘나경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홍 원내대표가 편해질 것’이란 말도 나왔지만, 내가 그렇게 간단한 사람은 아니다”며 일전을 예고했다.

하헌형/박종필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