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오로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신기술 개발과 그를 통한 고용 창출에 보람을 느낍니다.”

11일 ‘2018 청년기업인상’ 시상식에서 최고 상인 대통령표창을 받은 송성근 아이엘사이언스 대표(사진)는 “창업 동기는 가난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최·주관하는 ‘청년기업인상’은 국가 경제 발전과 기술 창업 및 청년 창업 활성화에 기여한 청년기업인의 성과와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송 대표는 대학 재학(가천대 전자공학과) 중이던 스물세 살에 빌린 돈 500만원으로 창업해 10년 만에 시가총액 368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는 최근 출간한 《왜 나는 사업부터 배웠는가》에서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던 고등학교 시절을 털어놨다.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나마 있던 단칸방마저 경매로 넘어갔다. 취사도 안 되고 화장실도 없는 공용주차장 내 컨테이너박스에서의 하루하루는 고통이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벽에는 신문 배달, 학교를 마친 뒤에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대학 입학 후 좋은 성적이나 취업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머릿속엔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내 1호 벤처기업 비트컴퓨터에서 일도 해보고 삼성엔지니어링 파견직으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사업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다.

2008년 대학 창업보육센터에서 태양광 조명 회사 쏠라사이언스(현 아이엘사이언스)를 창업했다. 도소매로 시작해 제조업에 도전했다. 세계 최초로 발광다이오드(LED)용 실리콘렌즈 개발에 성공했다. LED 조명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조명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매출은 2012년 37억원에서 지난해 186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코넥스시장에 상장해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그동안 수없이 위기를 넘겼다. 일감을 의뢰했던 협력사가 부도 처리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젊은 사장’을 무시하는 냉대도 견뎌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담담히 말했다. “창업 후 10년간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그 어떤 순간도 컨테이너에서 살 때만큼 고통스럽진 않았다”고. “포기하면 그 자리가 끝”이라는 절박함을 안고 일했다고 했다. 사업 초기에는 4개의 명함을 갖고 다녔다. 똑같은 명함에 사장, 부장, 과장, 대리로 직급만 달리 표기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품을 소개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곳도 있어서다. 영업할 땐 대리나 과장 명함을 내밀었다가 계약할 때 대표라는 것을 밝혔다.

송 대표는 “책을 쓰면서 지난 10년을 돌아봤고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렸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10년을 일궈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엔 회사의 코스닥 이전 상장이 목표다. “500만원으로 처음 창업할 때 상장사로 키우고 싶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허황된 꿈’이라고 했죠. 지금은 얘기합니다. 매출 조 단위 회사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누군가는 또 허황되다 할지 몰라요. 하지만 결국은 해내지 않았습니까.”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