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비OPEC, 감산 합의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과 비OPEC 국가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하루 12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 유가 반등을 위한 여건이 조성됐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OPEC과 비OPEC은 2019년 1월부터 6개월간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80만 배럴은 OPEC이 책임지고 나머지 40만 배럴은 비OPEC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감산의 기준이 되는 생산량은 2018년 10월으로 정했다.

OPEC은 2016년 11월 감산 합의 당시처럼 국가별 감산 할당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성명서를 통해 OPEC 회원국들과 비OPEC이 각각 산유량 대비 2.5%, 2.0% 감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OPEC 의장이자 UAE 석유장관인 수하일 알-마즈루에이는 이란, 리비아, 베네수엘라가 예외를 인정받았다고 언급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OPEC과 비OPEC의 감산 합의 규모가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유가의 반등을 위한 여건은 조성됐다"며 "다만 유가 반등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불확실성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첫째, 단기적으로 주목할 점은 감산 합의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다. 이번 OPEC과 비OPEC의 감산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사우디는 카슈끄지 사건 등으로 인해 정치적인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다. OPEC 정례회의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OPEC의 감산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

서 연구원은 "만약 OPEC과 비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급등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코멘트를 할 경우 유가 상승세는 다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OPEC·비OPEC, 감산 합의했지만…
둘째, 예년보다 일찍 열리는 OPEC 정례회의 일정이다. 통상 OPEC 정례회의는 1년에 두 번 열린다. 상반기에는 5월 말과 6월 사이에 열리며 하반기에는 11월 말과 12월 사이에 열린다. 하지만 OPEC은 다음 정례회의를 4월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OPEC 정례회의를 예년보다 일찍 열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란 제재가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지난 11월 5일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 8개 국가들에 대해 6개월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 유예조치를 받은 바 있다.

5월 초가 되면 이란산 원유 수입 국가들에 대한 제재 유예 조치가 만료된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이란발 공급 차질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 OPEC은 예정보다 일찍 정례회의를 개최해 이란 제재로 인한 공급 부족 가능성을 점검하고 이에 따른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산유량 조절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서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예년보다 OPEC 정례회의를 빨리 개최하기로 한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협상의 메시지일 것"이라며 "현재 유가는 너무 낮아서 감산을 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유가 급등은 막기 위해 언제든 노력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감산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OPEC과 비OPEC의 감산 규모는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둔화와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서 연구원은 "여전히 불확실성들이 남아있고 유가의 반등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들이 해소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유가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OPEC과 비OPEC이 감산에 나서면서 유가 부양 의지를 드러낸 점은 유가의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