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피할 수 없는 디지털 전환…어떻게 첫 발 떼야할까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공룡처럼 커진 세계 최대 유통기업이다. 킨들이란 전자책 단말기를 자체적으로 만든 것은 물론, 이후 온라인으로 꾸준히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 개발로 물류회사를 넘어 페이스북, 구글 못지않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소비 패턴을 파악하고 예상 주문 제품을 고객과 가장 가까이 있는 물류센터에 준비해놓는다. 대륙이라고 불릴 만큼 거대한 미국 내에서도 아마존을 통하면 1~2일이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아마존은 이처럼 축적된 데이터와 기술력을 통해 제조업과 의료, 헬스케어산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마존의 성장 비결은 모든 산업을 디지털 기술로 이끄는 기업이라는 데 있다.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역시 “디지털 전환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현대카드의 나아갈 방향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컨설팅그룹 맥킨지의 중소기업 성장 이니셔티브 설립자인 위르겐 메페르트와 디지털 맥킨지 및 맥킨지 뉴벤처를 이끌고 있는 아난드 스와미나탄이 지은 《격차를 넘어 초격차를 만드는 디지털 대전환의 조건》은 두 사람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왜, 무엇을, 어떻게’ 디지털화해야 하는지 핵심 질문을 던지고 자신들만의 원칙과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왜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는지 저자들은 추진 이유에 대한 목표 설정부터 하라고 주문한다. 이를 위해 기업가는 변화를 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기업의 내부 핵심 자산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디지털로 전환할지도 중요한 과제다. 책은 모빌리티, 소매, 금융 서비스, 헬스케어, 스마트 빌딩, 운송, 정부 등 9개 사업 영역별로 미래를 예측했다. 또 디지털 인재 확보 방법부터 비용절감 구조까지 실제 활용 가능한 전략을 담은 11개 원칙을 통해 디지털 전환 실천법을 제시한다.

맥킨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산업 하나에서 창출될 디지털 서비스는 현재 30억달러 규모에서 2030년 1조50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에 등장할 커넥티드 카는 내연기관이라는 기존 하드웨어보다는 사용자 연결성을 위해 발생하는 각종 정보 수집 및 연결성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트렌드엔 민감하지만 ‘왜(why)’ 전환하는지에 대한 공감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실행에만 집중해 결국 충분한 사례를 거두지 못하는 한국 기업들이 참고할 지침서가 될 만하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