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카드 수수료 아니라 인건비 급등이 가장 고통"
가족 동원해 마지막 버티기
식당에 올 수요를 줄이는 정책이란 최저임금제와 근로시간 단축을 말한다. 이근재 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경기 부양 없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자영업계를 초토화하는 재앙”이라고 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다. 이 지회장은 “회비를 걷으려고 다니다 보면 폐업 가게가 부쩍 늘었다”며 “대출로 버티는 게 부끄러워 말도 못하는 가게는 훨씬 많다”고 했다. 이 회장은 “근로시간 단축과 ‘미투운동’ 영향으로 저녁 회식이 사라졌다”며 “대기업 주변의 대형 식당도 매출이 크게 줄어 폐업을 고려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골목상권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부동산 임대료, 카드수수료가 아니라 인건비와 재료비 인상을 꼽는다. 이 회장은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한 곳은 경리단길처럼 사람이 붐비는 일부 지역”이라며 “대부분 자영업자는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겪는 고통은 알려진 것보다 더욱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대부분 최저임금보다 10~20%가량 더 받는다”며 “최저임금 인상분과 주휴수당, 4대 보험 등을 고려하면 식당 종업원 1명을 쓰기 위해 2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종업원보다 적은 돈을 버는 사장이 많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가족을 동원하는 것”이라며 “인건비 부담으로 저녁 장사를 포기하고 일찍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573만여 명이던 자영업자 수는 올해 8월 568만여 명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무급 가족봉사자는 116만여 명에서 118만여 명으로 늘었다. 이 같은 추세가 내년에는 더 강해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내년 최저임금 상승으로 일용직 근로자의 일당도 오른다. 서울 종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강모 사장은 “식당 일용직에게 주는 일당이 올해 9만원에서 내년 11만원 수준으로 오를 것 같다”며 “한 달로 따지면 부담이 20만원가량 늘어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