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와 디디추싱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사내에 공산당위원회(당 조직)를 설립·운영할 책임자 찾기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 기업 디디추싱은 사내에 당조직을 만들기 연봉 24만위안(약 3900만원)에서 48만위안(약 7800만원)을 내걸고 적임자를 구하고 있습니다. 조건은 공산당원으로 최소 2년 이상 정부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입니다. 정부나 대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지원자는 우대한다는 조건도 붙었습니다. 디디추싱은 최근 중국 최대 구직사이트 례핀에 이 같은 내용의 구직 광고를 올렸습니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 업체 바이두도 연봉 56만위안(약 9000만원)을 약속하며 당조직 설립과 활동을 책임질 직원 채용에 나섰는데요.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당조직 설립자 구인에 나선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외국기업을 포함해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기업에 당조직 설치를 확대할 것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하면서 시 주석은 지속적으로 민간기업과 외국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해 왔는데요. 지난 9월 정치국회의에선 “당조직 설립은 전통적인 분야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6일 상하이 푸둥에 있는 루자주이(陸家嘴) 금융성(金融城) 당 건설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당원이 일하는 곳이 어디든 당 조직이 그곳을 총괄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후 중국 공산당 조직부는 지난달 광둥성에서 인터넷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사내에 당조직 설치와 활동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중국의 공산당 조직 설치 확대에 서방에서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중국은 미국 기업이 현지에 세운 합작사에 당 조직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며 “공산당에 인사와 투자 결정에서 발언권 또는 거부권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주중 독일상공회의소도 “중국 공산당이 외자기업을 압박해 당조직을 세워 경영에 간여한다면 독일 기업들이 집단으로 중국을 떠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선 작년 말 기준 국유기업의 93%, 민간기업의 70%가 당조직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민간기업의 당조직 설립 비율은 2013년 시 주석이 집권하기 이전에 비해 30%포인트가량 높아졌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10만6000여 곳(전체의 70%)에도 당조직이 세워져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