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9단 "여자 바둑 꿈나무들에게 희망 준 것 같아 뿌듯"
“올 시즌 100점을 줄 수도 있지만 80점만 주겠습니다. 20점을 남겨놔야 내년에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올해 최고의 해를 보낸 한국 바둑 여자랭킹 1위 최정 9단(22·사진)의 말이다. 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폐막식에서 만난 최 9단은 “상금으로 보면 올해가 최고의 해인 것 같은데 내년에는 더 최고의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여자 바둑계는 최정으로 시작해 최정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1월과 10월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한 하림배 여자국수전에서 우승컵을 두 차례 들어올렸고, 지난달 말 끝난 여자기성전에서도 정상에 올라 국내 주요 여자기전을 석권했다. 세계대회에선 궁륭산병성배에서 우승, 오청원배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기사들 사이에서도 빛을 냈다. 메이저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 스웨 9단, 타오신란 7단 등 중국 고수를 꺾고 16강에 올랐다. 용성전에서도 남자 기사들과 겨뤄 8강 무대에 올랐다. 박정환 9단과 호흡을 맞춰 세계페어바둑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최 9단은 지난달 26일 여자기성전 결승 2국에서 김혜민 8단을 꺾고 우승을 추가하면서 올해 공식 대국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 승리로 16연승을 달성한 그는 80.21%(77승 19패)라는 압도적인 승률로 올해를 마무리했다.

올해 거둔 상금은 3억5400만원. 한국 여자 기사로는 처음으로 시즌 상금 3억원을 돌파했다.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신진서 9단을 이은 국내 상금 4위다. 최 9단은 “돈 관리는 부모님이 하고 필요한 용돈만 받아 써 엄청난 수입을 실감하지 못하지만 여자 바둑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대회가 많이 생겨서 상금을 많이 벌 수 있었다”며 “바둑을 배우는 여자 꿈나무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아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 9단은 11월 기준으로 한국 바둑랭킹 33위다. 개인 최고 랭킹이다. 그는 내년에는 국내 랭킹 20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최 9단은 “80%는 엄청난 승률이지만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대회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입단하고 처음 나간 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 더욱 잘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한 번 더 이겨 8강에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