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상공인들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제로페이’ 사업이 첫 걸음도 떼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서비스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비용까지 금융회사에 떠넘기면서도 이렇다 지원책을 내놓지 않아 간편결제 사업자는 물론 은행들도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로페이’ 사업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키로 한 기업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습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들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0원으로 만든다는 게 목표인 간편결제 서비스로,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 등 관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나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설문조사 결과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하는 시중은행 13곳 중 12곳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시작 일자를 못 박고 시작하다 보니 시스템 개발에 무리가 따른다고 호소했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데도 개발 중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고, 테스트를 충분히 하지 못해 오류투성이 상태로 출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사 대상 은행 중 절반 이상은 이미 카드결제 서비스가 보편화 된 상황에서 휴대폰 기반의 제로페이 서비스가 과연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할부나 제휴 기능도 없는 제로페이를 과연 소비자들이 사용하겠냐는 겁니다.

게다가 이미 카드결제 수수료를 수차례 인하한 만큼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마저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은행들은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금융회사들에 전가한 것도 부담으로 꼽았고 가맹점 모집을 실사 없이 진행해 가맹점 리스크마저 떠안게 됐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관계자 A

"금융기관은 뭐지 들러리인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인터뷰> 시중은행 관계자 B

"은행들은 얻는 게 없어요. 이런 좋은 것 하니까 너희가 부담해 이런거죠."

은행들보다 자산이나 인력 면에서 규모가 작은 간편결제 업체들은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대형업체인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무리한 개발일정과 소비자들에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고 중소 간편결제 업체들도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간편결제업체 관계자는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부담”이라면서 “돈 들여 시스템만 구축해놓고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스탠딩>

결국 정부가 치적 만들기에 명분만 앞세워 금융권을 들러리 세웠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고영욱기자 yyk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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