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미로를 헤매는 기쁨…그리스 미코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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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고아라 작가의 그리스 섬 여행 (7) 미코노스
낮엔 시골아이 같은 순백의 섬
밤엔 도시청춘 같은 파티의 섬
고아라 작가의 그리스 섬 여행 (7) 미코노스
낮엔 시골아이 같은 순백의 섬
밤엔 도시청춘 같은 파티의 섬
미코노스는 키클라데스 제도에 흩뿌려진 220개의 섬 중 가장 매력적인 섬이다. 하얀 가옥들이 늘어선 미로 같은 골목들은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고, 언덕 위에 세워진 풍차들은 어촌마을의 소박한 과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넘실대는 파도 위로 붉은 석양이 내려앉으면 순백의 섬은 화려한 변신을 꾀한다. 밤하늘에 달을 조명 삼아 해변에서는 성대한 파티가 펼쳐지고, 조용했던 골목은 흥겨운 노랫소리로 들썩인다. 소박함과 화려함 사이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섬, 에게해의 진주 미코노스로 떠나보자.
미로같은 ‘호라’의 재발견
미코노스는 그리스 에게해의 심장부에 있는 섬이다. 이웃한 섬으로는 파로스와 낙소스가 있고 키클라데스 제도의 가장 중심인 델로스를 지척에 둔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미코노스는 헤라클레스가 거인족을 섬멸하기 위해 던진 바위다. 섬의 이름은 태양의 신 아폴론의 손자이자 섬의 첫 번째 통치자인 미콘스(Mykons)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신화의 섬, 파티의 섬, 자유와 젊음의 성지. 미코노스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화려하다. 그러나 푸른 바다 위에서 마주한 섬의 첫인상은 사뭇 달랐다. 너른 구릉 위로 햇빛에 씻긴 순백의 가옥들이 늘어선 모습은 마치 때 묻지 않은 시골아이의 얼굴처럼 소박하고 순수했다. 미코노스 여행의 시작은 ‘호라(Chora)’에서 시작된다. 키클라데스 제도에서는 섬의 중심이 되는 마을을 호라라고 칭한다. 지중해 섬 어딜 가나 호라는 있지만, 미코노스의 호라는 조금 특별하다. 보통 마을의 중심이 되는 곳은 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륙 높은 곳에 있거나 요새 형태를 띠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코노스의 호라는 해안가와 바로 맞닿아 있다. 언뜻 보면 마을을 방어하는 시설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비밀은 호라 내부에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엉켜있어 한번 들어가면 도무지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 미로 같은 골목들이 그 자체로 방어시설의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호라의 골목을 빼곡하게 수놓은 미코노스 가옥들도 독특하다. 주사위처럼 작고 네모난 모양의 집들이 온통 회반죽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과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만토 광장(Manto Sqaure)에서 본격적인 호라 탐방을 시작하기로 한다. 올드 포트 한쪽에 있는 이 소박한 광장은 그리스 독립을 이끈 영웅 만토 마브로제누스(Manto Mavrogenous) 이름에서 따왔다. 광장 중앙에는 그녀의 위풍당당한 흉상과 독립운동 당시 그녀와 병사들이 거주했던 건물이 여전히 남아있다. 광장을 지나 호라에 진입한다. 미코노스의 골목을 거닌다는 것은 그야말로 헤매는 즐거움을 깨닫는 과정이다.
수많은 상점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골목 모서리를 돌면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골목이 나타난다. 부겐빌레아가 흐드러지게 핀 그림 같은 길을 걷다가 별안간 막다른 골목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사람 하나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골목 끝에서 푸른 바다 풍경이 나타나는 일도 부지기수다. 다음 골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미코노스에서는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행운으로 느껴진다.
바람과 교회의 섬
미코노스를 여행하다 보면 유독 교회와 예배당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작은 섬에 무려 400개 넘는 교회가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카스트로 언덕 위에 세워진 파나기아 파라포르티아니(Paraportiani) 교회다. 파라포르티아니는 그리스어로 ‘성문 옆에 있는’이라는 의미인데, 실제 중세시대에 이 구역에 세워졌던 성 입구에 지어진 교회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교회 외관은 아주 독특하다. 마치 하얀 지점토 덩어리들을 이리저리 뭉쳐 놓은 것 같은 모양새다. 파라포르티아니 교회는 언뜻 보면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5개의 각기 다른 양식의 교회가 2층 구조로 얽히고설켜 있다. 가장 중심에 있는 에프스타티오(Efstathios) 교회를 3개의 또 다른 교회가 에워싸고, 맨 꼭대기에는 성모 교회가 얹혀있다. 하나의 교회에서 비잔틴 스타일, 키클라데스 양식, 서구 양식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코노스는 바람의 섬이다.
북쪽에서 부는 계절풍 멜테미(Meltemi)는 지중해 섬 어디에나 나부끼지만, 미코노스에서 가장 오래 머물다 간다. 이렇게 바람이 흔하다 보니, 과거 미코노스 사람들은 풍차를 이용해 밀과 곡식을 빻아 수출하며 섬을 먹여 살렸다. 수많은 풍차가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현재는 16개만 남아 섬을 지킨다. 그중 카토밀리 언덕에 나란히 세워진 6개의 풍차는 섬의 랜드마크다. 풍차 날개는 작동을 멈춘 지 오래지만, 미코노스의 소박했던 과거를 찾는 여행객의 발걸음은 지금도 끊이질 않는다. 언덕 밑의 해안가로 내려가면 미코노스의 또 다른 명소인 리틀 베니스(Little Venice)가 나온다. 바다 바로 옆에 세워진 건물들과 파도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테라스가 눈길을 잡아끈다.
키클라데스 전통 가옥과는 다소 다른 건축 양식을 지닌 것을 볼 수 있는데, 베네치아 공국 지배 당시 건설된 건물들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 지역 이름인 ‘알레프칸드라’ 대신 리틀 베니스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틀 베니스의 건물들은 과거 선장이나 부유한 상인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선박에서 물품을 싣고 내리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바다와 맞닿은 형태로 지어졌다. 현재 대부분 건물은 레스토랑이나 카페,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거센 파도가 치기라도 하면 물벼락을 맞기 일쑤지만 여행객들은 오히려 이를 반기는 듯하다. 리틀 베니스는 미코노스에서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지중해 해변의 멋과 맛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그리스를 대표하는 두 섬 중 어느 곳이 더 아름답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나 어느 섬의 해변이 더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쉽다. 무조건 미코노스다.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20여 개의 크고 작은 해변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지녔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단연 파라다이스 비치(Paradise Beach)다. 게이 비치, 누드 비치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이 해변은 과거 히피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지금은 뜨거운 여름을 찾아 떠나온 젊은이들과 캠핑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바로 옆에 있는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도 파라다이스 못지않은 자유로운 풍광을 자랑한다. 섬 남서쪽의 아이오스 이오안니스 비치(Agios Ioannis Beach)는 조용하고 아담한 매력이 있다. 영화 셜리 발렌 타인의 배경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길고 탁 트인 해변을 원한다면 엘리아 비치(Elia Beach)가 좋다. 넓은 백사장에 온갖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가족 여행객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윈드서핑이나 패러세일링 같은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럭셔리 휴양지의 분위기를 원한다면 사루 비치(Psarou Beach)를 추천한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자주 찾는 해변으로 유명하다. 물론 물가는 잔인할 만큼 비싸다.
미코노스가 제아무리 지중해에서 가장 화려한 섬이라지만, 결국 이곳도 소박한 섬사람들의 보금자리다. 호라에서 약 8㎞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노메라(Ano Mera)는 미코노스의 진짜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장소다. 목가적인 풍경을 벗 삼아 호젓한 골목길을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코노스에서 가장 중요한 수도원인 파나기아 투리안니 수도원(Panagia Tourliani Monastery)도 이곳에 있다. 하얀 건물 위 붉은 돔이 얹어진 아름다운 외관은 물론 화려한 성화로 장식된 내부도 매우 인상적이다.
두 얼굴의 섬
미코노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상실의 시대》를 집필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유럽 여행을 하던 중 이 섬에 반해 한동안 머물며 소설을 썼다. 낮의 미코노스는 정말 누구라도 앉아서 글을 쓰고 싶을 만큼 평화롭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밤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태양이 저물기 시작하면 순백의 섬은 오색빛깔로 단장을 하기 시작한다. 소박한 어촌마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섬 전체가 숨겨왔던 화려함을 드러낸다. 미코노스를 부르는 또 다른 말은 파티의 섬이다. 여름철이 되면 세계 최고의 DJ들과 젊은이들이 이 섬에 날아와 둥지를 튼다. 마을 구석구석에 조용히 숨어있던 바들과 항구를 따라 도열한 라운지 바, 클럽이 하나둘 조명을 켜며 흥을 예열하기 시작한다. 어둠이 깔린 밤하늘에 둥그런 달이 걸리면 온 동네는 쿵작거리는 비트 소리와 신나는 노랫소리로 들썩인다.
미코노스의 흥겨운 밤은 해변까지 이어진다. 그중 으뜸은 역시 파라다이스 해변이다. 이름처럼 매일 밤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파티의 성지’로 불리는 비치 클럽 카보 파라디소(Cavo Paradiso)도 이곳에 있다. 나이트클럽, 수영장, 레스토랑, 바까지 파티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다. 지중해의 부서지는 파도 소리, 음악, 젊음, 자유를 한껏 담은 미코노스의 해변은 깊은 밤이 돼도 저물 줄을 모른다.
미코노스= 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여행 메모
한국에서 미코노스를 잇는 직항 노선은 없다. 항공편을 통해 그리스 수도 아테네까지 간 뒤 선박 혹은 국내 항공편을 이용해 미코노스로 가야 한다. 항공편으로는 약 35분, 초고속 페리는 3시간, 일반 페리는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성수기에는 유럽 주요 도시와 미코노스를 잇는 전세기가 운행되며, 키클라데스 제도의 다른 섬들에서 미코노스로 이동 시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미코노스= 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미로같은 ‘호라’의 재발견
미코노스는 그리스 에게해의 심장부에 있는 섬이다. 이웃한 섬으로는 파로스와 낙소스가 있고 키클라데스 제도의 가장 중심인 델로스를 지척에 둔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미코노스는 헤라클레스가 거인족을 섬멸하기 위해 던진 바위다. 섬의 이름은 태양의 신 아폴론의 손자이자 섬의 첫 번째 통치자인 미콘스(Mykons)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신화의 섬, 파티의 섬, 자유와 젊음의 성지. 미코노스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화려하다. 그러나 푸른 바다 위에서 마주한 섬의 첫인상은 사뭇 달랐다. 너른 구릉 위로 햇빛에 씻긴 순백의 가옥들이 늘어선 모습은 마치 때 묻지 않은 시골아이의 얼굴처럼 소박하고 순수했다. 미코노스 여행의 시작은 ‘호라(Chora)’에서 시작된다. 키클라데스 제도에서는 섬의 중심이 되는 마을을 호라라고 칭한다. 지중해 섬 어딜 가나 호라는 있지만, 미코노스의 호라는 조금 특별하다. 보통 마을의 중심이 되는 곳은 적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륙 높은 곳에 있거나 요새 형태를 띠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코노스의 호라는 해안가와 바로 맞닿아 있다. 언뜻 보면 마을을 방어하는 시설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비밀은 호라 내부에 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들이 거미줄처럼 엉켜있어 한번 들어가면 도무지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 미로 같은 골목들이 그 자체로 방어시설의 역할을 담당하는 셈이다.
호라의 골목을 빼곡하게 수놓은 미코노스 가옥들도 독특하다. 주사위처럼 작고 네모난 모양의 집들이 온통 회반죽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과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만토 광장(Manto Sqaure)에서 본격적인 호라 탐방을 시작하기로 한다. 올드 포트 한쪽에 있는 이 소박한 광장은 그리스 독립을 이끈 영웅 만토 마브로제누스(Manto Mavrogenous) 이름에서 따왔다. 광장 중앙에는 그녀의 위풍당당한 흉상과 독립운동 당시 그녀와 병사들이 거주했던 건물이 여전히 남아있다. 광장을 지나 호라에 진입한다. 미코노스의 골목을 거닌다는 것은 그야말로 헤매는 즐거움을 깨닫는 과정이다.
수많은 상점과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골목 모서리를 돌면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골목이 나타난다. 부겐빌레아가 흐드러지게 핀 그림 같은 길을 걷다가 별안간 막다른 골목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사람 하나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골목 끝에서 푸른 바다 풍경이 나타나는 일도 부지기수다. 다음 골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미코노스에서는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행운으로 느껴진다.
바람과 교회의 섬
미코노스를 여행하다 보면 유독 교회와 예배당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작은 섬에 무려 400개 넘는 교회가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카스트로 언덕 위에 세워진 파나기아 파라포르티아니(Paraportiani) 교회다. 파라포르티아니는 그리스어로 ‘성문 옆에 있는’이라는 의미인데, 실제 중세시대에 이 구역에 세워졌던 성 입구에 지어진 교회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교회 외관은 아주 독특하다. 마치 하얀 지점토 덩어리들을 이리저리 뭉쳐 놓은 것 같은 모양새다. 파라포르티아니 교회는 언뜻 보면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5개의 각기 다른 양식의 교회가 2층 구조로 얽히고설켜 있다. 가장 중심에 있는 에프스타티오(Efstathios) 교회를 3개의 또 다른 교회가 에워싸고, 맨 꼭대기에는 성모 교회가 얹혀있다. 하나의 교회에서 비잔틴 스타일, 키클라데스 양식, 서구 양식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코노스는 바람의 섬이다.
북쪽에서 부는 계절풍 멜테미(Meltemi)는 지중해 섬 어디에나 나부끼지만, 미코노스에서 가장 오래 머물다 간다. 이렇게 바람이 흔하다 보니, 과거 미코노스 사람들은 풍차를 이용해 밀과 곡식을 빻아 수출하며 섬을 먹여 살렸다. 수많은 풍차가 있었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현재는 16개만 남아 섬을 지킨다. 그중 카토밀리 언덕에 나란히 세워진 6개의 풍차는 섬의 랜드마크다. 풍차 날개는 작동을 멈춘 지 오래지만, 미코노스의 소박했던 과거를 찾는 여행객의 발걸음은 지금도 끊이질 않는다. 언덕 밑의 해안가로 내려가면 미코노스의 또 다른 명소인 리틀 베니스(Little Venice)가 나온다. 바다 바로 옆에 세워진 건물들과 파도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테라스가 눈길을 잡아끈다.
키클라데스 전통 가옥과는 다소 다른 건축 양식을 지닌 것을 볼 수 있는데, 베네치아 공국 지배 당시 건설된 건물들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 지역 이름인 ‘알레프칸드라’ 대신 리틀 베니스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틀 베니스의 건물들은 과거 선장이나 부유한 상인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선박에서 물품을 싣고 내리는 것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바다와 맞닿은 형태로 지어졌다. 현재 대부분 건물은 레스토랑이나 카페,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거센 파도가 치기라도 하면 물벼락을 맞기 일쑤지만 여행객들은 오히려 이를 반기는 듯하다. 리틀 베니스는 미코노스에서 석양이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지중해 해변의 멋과 맛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그리스를 대표하는 두 섬 중 어느 곳이 더 아름답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나 어느 섬의 해변이 더 아름답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쉽다. 무조건 미코노스다.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20여 개의 크고 작은 해변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지녔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단연 파라다이스 비치(Paradise Beach)다. 게이 비치, 누드 비치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이 해변은 과거 히피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지금은 뜨거운 여름을 찾아 떠나온 젊은이들과 캠핑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바로 옆에 있는 슈퍼 파라다이스 비치도 파라다이스 못지않은 자유로운 풍광을 자랑한다. 섬 남서쪽의 아이오스 이오안니스 비치(Agios Ioannis Beach)는 조용하고 아담한 매력이 있다. 영화 셜리 발렌 타인의 배경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길고 탁 트인 해변을 원한다면 엘리아 비치(Elia Beach)가 좋다. 넓은 백사장에 온갖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가족 여행객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윈드서핑이나 패러세일링 같은 해양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럭셔리 휴양지의 분위기를 원한다면 사루 비치(Psarou Beach)를 추천한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으로 할리우드 배우들이 자주 찾는 해변으로 유명하다. 물론 물가는 잔인할 만큼 비싸다.
미코노스가 제아무리 지중해에서 가장 화려한 섬이라지만, 결국 이곳도 소박한 섬사람들의 보금자리다. 호라에서 약 8㎞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아노메라(Ano Mera)는 미코노스의 진짜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장소다. 목가적인 풍경을 벗 삼아 호젓한 골목길을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코노스에서 가장 중요한 수도원인 파나기아 투리안니 수도원(Panagia Tourliani Monastery)도 이곳에 있다. 하얀 건물 위 붉은 돔이 얹어진 아름다운 외관은 물론 화려한 성화로 장식된 내부도 매우 인상적이다.
두 얼굴의 섬
미코노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상실의 시대》를 집필한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유럽 여행을 하던 중 이 섬에 반해 한동안 머물며 소설을 썼다. 낮의 미코노스는 정말 누구라도 앉아서 글을 쓰고 싶을 만큼 평화롭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밤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태양이 저물기 시작하면 순백의 섬은 오색빛깔로 단장을 하기 시작한다. 소박한 어촌마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섬 전체가 숨겨왔던 화려함을 드러낸다. 미코노스를 부르는 또 다른 말은 파티의 섬이다. 여름철이 되면 세계 최고의 DJ들과 젊은이들이 이 섬에 날아와 둥지를 튼다. 마을 구석구석에 조용히 숨어있던 바들과 항구를 따라 도열한 라운지 바, 클럽이 하나둘 조명을 켜며 흥을 예열하기 시작한다. 어둠이 깔린 밤하늘에 둥그런 달이 걸리면 온 동네는 쿵작거리는 비트 소리와 신나는 노랫소리로 들썩인다.
미코노스의 흥겨운 밤은 해변까지 이어진다. 그중 으뜸은 역시 파라다이스 해변이다. 이름처럼 매일 밤 파라다이스가 펼쳐진다. ‘파티의 성지’로 불리는 비치 클럽 카보 파라디소(Cavo Paradiso)도 이곳에 있다. 나이트클럽, 수영장, 레스토랑, 바까지 파티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진 곳이다. 지중해의 부서지는 파도 소리, 음악, 젊음, 자유를 한껏 담은 미코노스의 해변은 깊은 밤이 돼도 저물 줄을 모른다.
미코노스= 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여행 메모
한국에서 미코노스를 잇는 직항 노선은 없다. 항공편을 통해 그리스 수도 아테네까지 간 뒤 선박 혹은 국내 항공편을 이용해 미코노스로 가야 한다. 항공편으로는 약 35분, 초고속 페리는 3시간, 일반 페리는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성수기에는 유럽 주요 도시와 미코노스를 잇는 전세기가 운행되며, 키클라데스 제도의 다른 섬들에서 미코노스로 이동 시 페리를 이용하면 된다.
미코노스= 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