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상금 900만달러(약 101억원)가 걸린 ‘세기의 대결’을 앞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숨겨 놓은 입담을 과시하며 상대인 필 미컬슨(미국)을 자극하고 나섰다.

우즈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방송 TNT와의 인터뷰에서 ‘코스에서 미컬슨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20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미컬슨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하게 읽어왔다”고 미소와 함께 답했다. 이어 “우승 숫자만 봐도 사실을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80승, 미컬슨은 통산 43승을 거두고 있다. 메이저대회에서도 우즈가 14승으로 미컬슨(5승)을 압도한다.

이날 우즈의 발언은 격투기나 권투 경기 등에서 자주 나오는 ‘트래시 토킹(trash talking)’이라고 볼 수 있다. 큰 경기를 앞둔 출전 선수들은 상대를 기죽이거나 약 올리는 말로 기선제압을 하고 또 경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쓴다. 우즈의 의도는 통했다. 현지 팬들은 “입담에선 우즈의 압승”이라고 환호하고 있다.

우즈는 골프의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캐피털 원스 더 매치, 타이거 vs 필(Capital One’s The Match: Tiger vs. Phil)’을 앞두고 있다. 이 대회는 미국 추수감사절 기간인 오는 23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릭 골프코스에서 열린다. 단판 승부인 이 대회에는 오직 우즈와 미컬슨만이 출전한다. 우승하는 선수가 900만달러를 모두 가져간다. 이 대회는 일반 갤러리를 받지 않고 오로지 유료시청인 페이퍼뷰(PPV)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다. 시청료는 19.99달러(약 2만2000원)로 다른 종목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승리하는 선수가 원하는 곳에 우승상금을 기부할 수 있다.

우즈와 미컬슨은 생생한 현장을 전하기 위해 마이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일반 투어 대회와 달리 경기 내내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골프채널은 “미컬슨도 대회 시작 전까지 (우즈의 도발에) 반격할 채비를 끝낼 것”이라고 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