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13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백두칭송위원회’가 18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13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백두칭송위원회’가 18일 서울 광화문 미국대사관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민에 대한 사랑과 통찰력이 없었다면 (남북한 회담이) 나올 수 없었다.”

18일 ‘백두칭송위원회’가 주최한 집회에서 나온 말이다. 자칭 진보단체 10여 곳이 지난 7일 결성한 백두칭송위원회는 이날 ‘김정은 동영상’까지 틀며 노골적으로 김정은을 찬양했다. 남북의 화해를 주장할 뿐이고 집회 내용도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돼야 한다는 게 이 단체의 주장이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냐는 보수단체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남남 갈등’으로 불거지고 있다.

도심에서 ‘김정은 찬양’ 논란

백두칭송위원회는 이날 서울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100여 명 규모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연설대회’를 열었다. 지난 7일 결성식을 통해 존재를 알린 이후 첫 대중집회다. 연설대회에선 김정은에 대한 칭찬과 찬양이 쏟아졌다. 연사로 나선 한 학생은 “북한이 어떻게 세계 패권국인 미국을 제압해 견인하고 남북회담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궁금해져 북한의 신년사를 찾아봤다”며 “김정은의 인민에 대한 사랑과 그들의 운명을 책임지려는 마음, 통찰력과 확실한 정치적 입장이 없었다면 남북회담이 성사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회에선 김정은 동영상 감상도 이어졌다. 가수 유리상자의 노래 ‘사랑해도 될까요’를 배경음악으로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는 모습을 편집한 동영상이 재생되자 좌중에서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집회장소 일대는 한때 ‘남남 갈등’의 축소판이 되기도 했다. 자신을 보수단체 활빈당 회원으로 소개한 한 60대 남성은 행사 전부터 무대 왼쪽에서 ‘아예 평양 가 살거라! 이게 나라냐?’고 적힌 패널을 들고 “누가 자금을 대는 거야, 이런 행사를”이라고 여러 차례 외쳤다. 반면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관계자가 단상에서 “이제 국가보안법은 없다”고 외치자 “와” 하면서 환호가 이어졌다. 보수단체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회원 150여 명은 이들이 결성식 당시 북한에서 사용하는 꽃술을 흔들고 ‘김정은’을 연호했다는 점을 들어 국보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검경, 국보법 적용에 신중

경찰은 백두칭송위원회에 대한 국보법 적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이적성 목적’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해당 단체가 북한을 이롭게 하려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단순히 남북이 화해하고 잘살아 보자는 취지라면 범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 판례에 따르면 국보법상 찬양·동조죄는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는 행위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질서에 해악을 끼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경찰이 ‘김정은 환영식’이라는 단편적 행사는 이적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하지만 해당 단체가 어떤 맥락에서 이 같은 행사를 열었는지에 따라 국보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게 공안 출신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한 공안통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해당 단체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성조기를 찢으며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등 적화통일을 추구하는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해왔고 자신들의 행동을 적극 알렸다”며 “법정에서 따져볼 문제지만 이 정도 사안이면 충분한 기소감”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현 정부 들어 공안수사가 사실상 경찰에 집중되면서 국보법 적용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공안수사의 세 축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이었는데 검찰과 국정원은 사실상 손을 뗐다는 것이다.

조아란/고윤상/정연일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