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세 유틸렉스 대표(사진)는 1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예일대, 인디애나대 등에서 30여년 동안 면역학을 연구해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권 대표는 2008년 울산대 화학생명과학부 교수로 부임한 뒤 살해 T세포인 CD8T를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립암센터에서 T세포 치료제 임상을 해 좋은 결과를 얻고서 2015년 회사를 세웠다.
유틸렉스의 핵심 기술은 T세포 공동자극 수용체 '4-1BB'를 활용해 T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권 대표는 1989년 4-1BB를 처음으로 발견한 장본인이다. T세포는 면역세포의 일종으로 암세포의 80%를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항암제의 관건은 이 T세포를 어떻게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느냐다.
유틸렉스는 활성화한 T세포에만 나타나는 4-1BB와 결합하는 항체를 이용해 CD8T세포를 순도 95% 수준으로 분리 및 배양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배양한 T세포를 환자 몸 속에 넣어 암을 치료한다.
권 대표는 이 기술이 다양한 적응증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암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에 넣는 암 항원에 따라 특정 암 항원에 발현되는 T세포를 분리·증식할 수 있어 고형암, 혈액암,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부작용도 거의 없다. 자가 혈액에서 유래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또 생산 공정 표준화 및 제품 규격화를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활용한 T세포 치료제로 앱비앤티셀, 터티앤티셀, 위티앤티셀이 있다. 앱비앤티셀은 현재 임상 2상 진입 단계이고 나머지는 임상 1상을 하고 있다. 앱비엔티셀은 호지킨 림프종, NKT 림프종, 비호지킨 림프종 등에, 터티앤티셀은 비소세포성폐암과 유방암에, 위티앤티셀은 교모세포종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 대표는 "앱비엔티셀을 맞은 NKT 림프종 환자 2명이 완치됐다"고 했다.
유틸렉스는 3종의 면역항암제를 혁신 신약으로 인정 받고 임상2상을 마친 뒤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아직 표준치료법이 없는 전이암, 재발암 같은 3차 치료에 쓰일 수 있는 항암제는 임상2상만으로 허가 받는 게 가능하다.
그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식품의약청(EMA)이 허가한 NKT 림프종 치료제가 없다"며 "앱비엔티셀이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21년까지 임상을 마치고 2022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타 파이프라인으로 기존 CAR-T와 달리 정상세포 말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MVR CAR-T 치료제,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방해하는 조절 T세포를 도움 T세포로 형질 전환시키는 항체치료제 EU102 등이 있다. 현재 여러 다국적 제약사가 이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면역항암제 시장은 전망이 매우 밝다.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7년 20조원에서 2020년 76조원으로 연평균 23.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에 비해 효력이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으며 적응증을 꾸준히 늘릴 수 있는 치료제로 평가된다.
유틸렉스는 지금까지 638억원을 증자했다. 지난해 9월 중국 화해제약사에 항체치료제 'EU101'을 10개 적응증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을 완료했으며 345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 계약을 맺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5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고 상장 심사를 받는 중이다.
권 대표는 "유틸렉스는 파이프라인 플랫폼 회사로서 모든 치료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라이센싱 아웃을 기본 전략으로 삼아 2022년 이후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손 꼽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