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존 중동·동남아시아산 천연가스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 LNG 업체들은 규제로 인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LNG 3901만t을 수입해 한국(3783만t)을 제치고 세계 2위 LNG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2016년(2742만t)에 비해 수입량이 42.3% 늘었다. 중국은 탄소 및 미세먼지 배출 저감을 위해 LNG 발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LNG 수입국인 일본은 지난해 8352만t을 들여왔다. 일본은 안정적인 LNG 물량 확보를 위해 2020년까지 자국에 LNG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LNG 구매력을 높이고 다른 나라에도 수출하는 등 아시아 천연가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의 LNG 수입은 2013년 4039만t에서 2015년 3342만t까지 떨어졌으나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LNG 수요가 늘어나면서 동북아 3국은 기존 천연가스 주산지인 중동이나 말레이시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수입에 불리한 조항이 없는 미국산 셰일가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이 미국산 셰일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에 곧 역전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LNG 도입 규제가 경직돼 있어서다.

미국산 셰일가스는 도착지 혹은 도착국에서 전부 소비해야 한다는 ‘도착지 조항’이 없어 구매자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도시가스사업법은 LNG를 직수입한 사업자들이 이를 국내 제3자에게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직수입자는 대량구입을 할 수 없어 구매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업계 일각에선 규제 완화로 LNG 도입 및 도매사업에서 경쟁체제를 만들어 민간 에너지 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가스의 열량 편차인 ‘인입열량 기준’이 다른 나라들보다 엄격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LNG를 수입하려면 한국가스공사가 정한 ‘기준열량의 ±1%’를 지켜야 한다. 이 조건을 맞추다 보니 시장에 싸게 나온 현물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LNG업계 관계자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각종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