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기술수출 계약은 7건, 23억7515만달러(약 2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건, 12억3400만달러(약 1조40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제약바이오 기술수출이 전성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동아에스티 등 제약사의 활약이 컸다. 지난해 한올바이오파마, 제넥신 등 바이오기업들이 기술수출을 주도한 것과 다른 양상이다.

유한양행이 얀센과 1조4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계약 규모가 급증했다.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 기술수출은 역대 계약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최대 기술수출 사례는 2015년 한미약품이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퀀텀프로젝트다. 당시 계약 규모는 39억유로(약 5조원)였으나 일부 계약이 해지되면서 28억2400만유로(약 3조6000억원)로 축소됐다. 퀀텀프로젝트가 에페글레나타이드와 랩스 인슐린 등 3가지 계약을 합친 것을 고려하면 단일 계약 중에선 레이저티닙이 가장 크다. 레이저티닙과 같은 기전의 약물인 한미약품의 올리타는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에 6억9000만달러(약 8000억원)에 팔렸다가 계약이 해지됐다. 레이저티닙이 올리타에 비해 약 1.5배 높게 평가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2015년 한미약품에서 시작된 기술수출 성공 사례들이 국내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제약사부터 바이오텍까지 기술이전 주체와 대상, 계약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동아에스티, 한올바이오파마, 유한양행처럼 한번 기술이전한 경험이 있는 회사들이 또다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업계의 ‘박세리 효과’처럼 제약바이오업계에도 한미약품 이후 기술수출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국내사들의 개발 역량이 축적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