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신문 1면
도쿄신문 1면
지난달 30일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조선 식민지배와 관련한 모든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국가 간 합의를 맺었는데 이날 판결이 이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는 요지였습니다.

특히 보수 매체들은 강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습니다. 일본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신문은 31일자 사설에서 “일본과 한국이 국교정상화를 할 때 맺은 합의에 명백하게 반한다. 양국관계를 긴 시간 안정시켜 온 기반을 손상시키는 부당한 판결은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전후 쌓아올린 한일관계를 망가뜨리는 부당한 판결”이라며 “일본 정부는 항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지요.

중도에 가까운 마이니치신문 역시 사설에서 “이번 판결의 논리를 방치하면 한일관계는 매우 심각한 사태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진보 언론인 아사히신문조차 어조는 담담했으나 “한일관계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있는 판결”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이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낸 곳이 있습니다. 아사히신문과 더불어 일본 내에서 진보매체로 분류되는 도쿄신문인데요. 같은 계열사인 주니치신문까지 포함해 발행부수가 280만부에 달하는 일본의 메이저 언론사 중 하나입니다.

도쿄신문은 사설에서 “식민지 지배가 끝난 지 70년 이상 흘렀는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왜 아직까지도 소송을 제기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이 왜 잘못됐고, 그로 인한 후폭풍이 앞으로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으로 지면을 가득 채운 다른 언론사들과 대조적이었지요. 도쿄신문의 ‘다른’ 목소리.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음은 도쿄신문 사설 전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前 징용공 판결, 한일 마찰 줄이는 노력을

한국 대법원이 前 징용공 재판에서 원고의 청구권을 인정해, 일본기업에 배상을 요구하는 첫 확정판결을 내렸다. 일본정부와 대립되는 결론이지만, 마찰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관계자들 상호간 양보를 촉구하고 싶다.

원고는 한반도의 식민지시대에 강제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이유로 보상을 요구해, 일본에서 제소했지만 패소했기에 한국에서 다시 재판에 부쳤다.

일본정부는 前 징용공의 대일배상청구권 문제에 관해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에 따라 맺어진 청구권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정부는 국회 답변에서 개인이 배상을 요구하는 ‘청구권’ 자체는 남아있다고도 설명해 왔다. 개인이 배상을 요구하며 제소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일본 측의 배상 책임은 없다는 논리였다.

한국정부와 사법기관도 같은 해석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이 2012년 5월 前 징용공의 청구권을 처음 인정하는 고등법원에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서 문제는 다시 불거졌다.

이날 판결도 “배상청구권은 협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일본에서는 청구권 협정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고노 다로 외상은 확정판결과 관련해 외무성에 한국의 이수훈 주일대사를 불러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항의했다. 한국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방침이지만 한일관계를 고려한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고 싶다.

한편 前 징용공 관련 재판은 신닛테츠스미킨, 미쯔비시중공업 등 약 70개기업을 상대로 15건에 달한다. 원고는 1000명 가까이 된다.

전후 7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소송이 이어지는 배경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던 사실을 법정에서 증명해, 사죄를 받고 싶다는 원고의 절실함이 있는 것이다.

원고 중 한 명은 “하루에 12시간 일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국가간 협정의 그늘에서 뒷전으로 밀려온 마음의 아픔을 무시할 수 있는 걸까.

한일 간에는 최근에도 자위함기나 독도문제 등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삐걱대고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비롯해 양국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원칙론을 부딪히는 것에 그치지 말고 원고와 피고기업을 잇는 접점은 없나, 정부 차원에서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기금을 만들어 배상을 하는 방식도 전문가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마찰을 확대시키지 말고, 냉정하게 화해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임락근 지식사회부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