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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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기업과 유통 기업 간 융합이 글로벌 시장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사인 앰블린파트너스 지분을 인수했고 아마존은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를 인수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본격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1일은 이런 점에서 국내 업계에 의미있는 날이었다. 콘텐츠 기업 CJ E&M과 홈쇼핑 업체 CJ오쇼핑이 합병, 국내 최초의 융복합 미디어 커머스 기업 CJ ENM이 탄생했다.

CJ ENM은 통합 법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커머스 시장의 중심에 우뚝 선다는 목표다. 허민회 CJ ENM 대표는 “통합 법인은 1000만 명에 이르는 CJ오쇼핑의 구매 고객, CJ E&M이 보유한 5000만 명의 시청자, 그리고 2억 명의 디지털 팔로어와 국내외 잠재고객에게 프리미엄 콘텐츠와 차별화한 커머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월트디즈니, 타임워너 등과 경쟁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한 몸으로’ 세계시장 도전

1995년 3월 개국한 CJ오쇼핑은 국내에 케이블 TV가 생긴 이후 처음 문을 연 홈쇼핑 채널이었다. 지난해 기준 홈쇼핑업계 매출 1위 기업이었다. CJ E&M은 CJ오쇼핑이 2010년 CJ오쇼핑과 오미디어홀딩스로 인적 분할되며 출범했다. 그해 오미디어홀딩스가 CJ E&M으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방송, 영화, 음악, 공연 등 문화 관련 사업 전반을 다루며 국내 최대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상파를 뛰어넘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작품들로 대중의 시선을 빠르게 사로잡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류를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국내 최대 한류 축제 케이콘(KCON) 등을 통해 K팝부터 한식, 뷰티까지 한국 문화 전반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

이들이 다시 합쳐져 등장한 CJ ENM은 단번에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올해 목표 매출은 4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3500억원이다. 신규 사업을 적극 발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2021년까지 매출을 연평균 15%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미디어+커머스 시너지 극대화

통합 법인이 만들어갈 시너지는 올해 최고 대작으로 꼽힌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지난 7~9월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엔 2013년 CJ오쇼핑이 만든 자체상표(PB) ‘오덴세’의 제품들이 등장했다. 극중 나온 식기류들이 오덴세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캐릭터와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드라마 촬영 전부터 별도로 기획됐다. 억지스러운 간접광고(PPL)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콘텐츠와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새로운 시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오덴세도 이런 협업을 부각시켜 ‘오덴세 미스터 션샤인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CJ ENM은 이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지식재산권(IP)을 확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CJ E&M의 콘텐츠 역량을 다양한 장르로 확대하고, 이를 CJ오쇼핑의 커머스 역량과 결합해 강한 파급력과 긴 생명력을 갖춘 콘텐츠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사업 확장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북미 등 해외시장에서도 펼칠 예정이다. CJ E&M이 케이콘 등을 통해 세계에서 구축해온 글로벌 팬덤, CJ오쇼핑의 뷰티와 패션 등 다양한 역량을 더해 현지에서 상품 제휴 및 콘텐츠 공동제작 등을 추진한다. 또 서로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CJ E&M은 베트남 태국 터키 등에 사업거점을 확보하고 있고, CJ오쇼핑은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현지 주요 미디어 기업과 합작 관계를 맺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 확대

미디어와 커머스의 융합 시너지를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 스튜디오 사업도 확대한다. TV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짧지만 강렬한 재미를 주는 디지털 콘텐츠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서다. CJ ENM은 디지털 콘텐츠 역량과 플랫폼을 결합해 기업들에 시대 흐름에 맞는 최적의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올 9월 자체 디지털 스튜디오 ‘스튜디오 온스타일’을 통해 제작한 ‘팩 투더 퓨처’도 이런 시도와 맞닿아 있다. 4부작 웹드라마인 이 작품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콜라겐 마스크 팩을 갖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CJ ENM은 마스크 팩을 먼저 기획·제작했으며 이를 소재로 디지털 드라마를 제작했다. 드라마 여주인공인 배우 이수경은 실제 마스크 팩의 전속 모델로 기용됐다.

이수경은 CJ오쇼핑에 출연해 마스크 팩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나의 상품을 소재로 디지털 드라마를 제작하고, 홈쇼핑 판매까지 한 디지털 콘텐츠의 커머스화다.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내보낸 뒤 누적 조회 수는 100만 건이 넘었다. CJ ENM 관계자는 “시청 행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디지털 전문 스튜디오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며 “완성도 높은 디지털 콘텐츠에 커머스 역량까지 결합하면 수익 모델이 다양해지고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버티컬 커머스도 구축한다. 버티컬 커머스는 특정 분야의 카테고리 상품에 집중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쇼핑몰을 의미한다. 소비자 관여도가 높고 전문적인 정보 요구가 높은 뷰티, 리빙, 패션 등의 분야에서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해 구축한다. CJ ENM은 이를 한국 제품과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교두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