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반발…"무슬림 2천명 학살 책임…경제성장 이면에도 인권탄압"
나렌드라 모디(68) 인도 총리가 14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인권단체들이 "전두환이 평화상을 받은 꼴"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아디·국제민주연대·난민인권센터 등 26개 인권평화단체는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디 총리에 대한 평화상 시상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평화상재단은 모디 총리가 2002년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힌두 극우세력이 무슬림 수천 명을 살해했던 비극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라며 "모디 총리는 이 학살로 국제사회에서 반인권적 정치 지도자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이는 마치 전두환에게 '1980년대 경제호황으로 국민 삶을 개선했고 서울올림픽 개최권 확보로 세계평화에 공헌했다'며 평화상을 주는 꼴"이라며 "어떤 국가의 수도이자 올림픽 개최도시의 이름을 딴 평화상이 전두환에게 수여됐다면, 한국 시민들은 깊은 모욕감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모디 총리의 수상은 서울평화상의 역대 수상자들에게도 심각한 결례"라며 "2014년 서울평화상을 받았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로힝야 난민을 미얀마로 강제송환시키는 모디 총리가 자신과 같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후에도 서울평화상 수상자임을 내세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들은 "모디 총리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기업을 위한 자유로운 해고와 노동조합 탄압이 자리 잡고 있으며, 모디 총리 비판글을 SNS에 올리면 체포당하는 등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이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서울평화상 수상 심의위원회 구성을 보면, '갑질'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나 친일파 옹호 칼럼을 써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이 포함돼 있고 이념적으로도 편향돼 있다"면서 "여성·청년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권과 평화를 이해할 만한 배경을 갖춘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모디 총리에 대한 수상 결정 취소와 수상 심의위원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2002년 인도 구자라트주에서는 성지순례를 다녀오던 힌두교도 59명이 열차 화재로 숨졌고, 이후 이슬람교도의 방화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힌두교도들이 이슬람교도를 2천명 이상 학살하는 사태가 있었다.

인도 안팎에서는 당시 주 총리이자 힌두민족주의 단체인 '민족봉사단'(RSS) 단원이었던 모디 총리가 학살을 방관하거나 조장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그의 관련성이 있다며 2005년 미국 입국 비자를 거부했고, 영국과 유럽연합(EU)도 그를 외교상 기피 인물로 지정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