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오른쪽)과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25일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고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오른쪽)과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25일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고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1년 정부로부터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아직까지 3분의 1도 채 갚지 못한 수협은행이 ‘억대 연봉 잔치’를 벌여 비판받고 있다. 어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은행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에 따르면 수협은행이 2001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 1조1581억원 중 상환한 금액은 10.6%에 해당하는 1227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경영위기에 놓인 수협은행에 예금자 보호와 어업인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업무를 원활하게 이행하라는 취지에서 이 같은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아난 수협은행이 어업인에 대한 지원보다는 ‘제 배불리기’에 치중했다고 김 의원은 질타했다. 지난해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에서 1억원 이상 연봉을 받은 직원은 379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93명에서 4년 새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입사 후 연봉 4500만원을 받던 직원이 10년도 안 돼 두 배 이상 연봉이 올랐다. 김 의원은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임직원이 고통을 분담해야 할 판에 연봉 잔치만 벌이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수협은행이 농어민의 자율적인 경제활동과 금융 지원이라는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인 사례가 한둘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지난 8월 말 기준 개인 대출잔액(7조2585억원) 중 농림어업의 규모는 6439억원으로 8.87%에 불과했다. 법인 농림어업에 대한 대출도 전체(7조199억원)의 4.85%인 3402억원에 그쳤다. 반면 같은 시점 부동산업에 대한 대출(개인 기준)은 3조8652억원으로 전체의 53.25%를 차지했다.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림어업에 대한 대출 비중이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며 “대출 행태를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선 수협은행 임직원들이 업무추진비를 대학원 수업 후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등 유흥비로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와중에 이동빈 수협은행장이 ‘동남아 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경영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더해지고 있다. 협동조합에서 출발한 수협은행 본연의 역할은 뒤로한 채 ‘체면치레’를 위해 해외 진출만 엿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어업인부터 챙긴 다음에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게 마땅하지 않으냐”며 “본업엔 소홀하면서 이 같은 전략을 세운다는 건 이 행장 임기에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업적을 기록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