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43% 내려 7년여 만의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전체 시황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3% 이상 급락했다.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던 미국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가 올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뒤이어 개장한 아시아 증시는 25일 오전 한국, 일본 등의 주가지수가 2∼3% 급락하며 충격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날의 충격은 그간 미국 증시를 떠받치는 최대 요인이던 실리콘밸리 대형 기술업체들의 향후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지난 수년간 세계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매출을 늘려온 미국 IT기업들에 몰려들었지만, 무역전쟁에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정점을 찍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맥스 고크먼 퍼시픽라이프펀드 자산배분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확실히 기업 실적이 정점에 있다는 공포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의 폭락장세를 촉발한 것은 기술주 실적 우려지만, 세계증시는 이날 하루가 문제가 아니라 최근 끊임없이 하방 압력을 계속 받아 왔으며 그 배경에는 여러 악재가 쌓여 있다.
FTSE 전세계지수는 이달 들어 24일까지 8.92% 하락해 2012년 5월 유럽 재정위기 때의 9.35% 하락률을 경신할 태세다.
MSCI 전세계지수 역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증시가 이렇게 크게 출렁이는 까닭은 실제로 무역전쟁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하거나 향후 이익 전망치가 낮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내년에 심각하게 악화할 것이라는 공포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CNBC는 기업들의 실적에 아직 관세 폭탄에 따른 타격이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월가 분석가들도 무역전쟁을 이유로 기업 실적 전망치를 조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보다 근본적인 시장의 최대 악재는 세계 경제성장 둔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 시중 금리 상승세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1, 2위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했으며 세계 경제성장률도 마찬가지로 0.2%포인트 내렸다.
더구나 시장에 이런 불안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연일 나오는 경제지표가 부진해 앞으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발표된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년여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미국 신규주택매매는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계속 줄줄이 발표될 S&P 500 기업 3분기 실적들도 시장에는 부담이다.
제리 베크먼 퍼스트아메리칸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WSJ에 "우리는 지금 여러 불확실성을 한 뭉치 안고 있고 이것이 도처에서 공포 요소들을 끌어내고 있다"며 "이런 환경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