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의 결혼식이 있었다. 슈뢰더 전 총리와의 결혼으로 독일법에 따라 이름이 슈뢰더김 소연으로 바뀐 김 대표를 본지가 단독 인터뷰했다. 1970년생인 김 대표는 독일 전문가다.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독어학, 경제학, 일본학을 전공한 뒤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한 데 이어 박사과정을 수료(2003년)했다. 현재 중앙대 독일유럽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독일 NRW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 기업자문회사 유라시아 파트너즈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에게 결혼 후 활동 계획과 독일 제조업이 강한 이유, 한·독 협력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슈뢰더­김 소연 독일 NRW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는 “한국과 독일 기업이 협력해 공동 기술개발을 추진하면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제3세계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RW인베스트 제공
슈뢰더­김 소연 독일 NRW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는 “한국과 독일 기업이 협력해 공동 기술개발을 추진하면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제3세계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NRW인베스트 제공
▷결혼을 축하합니다. 한국과 독일을 왕복하면서 생활하나요.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베를린과 하노버에 집무실이 있고, 저는 하노버에 집무실이 있습니다. 신혼집도 하노버와 베를린 두 곳에 있고요. NRW 대표부 업무를 병행하고 있어 독일과 한국 사이를 출퇴근하듯 오가며 업무를 보고 가정을 꾸리고 있습니다. 제 독일 집무실이 있는 하노버에 주로 거주하는 편입니다.”

▷결혼 후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요.

“슈뢰더 전 총리 일정에 배우자로서 동반 참석하는 일이 많습니다. 독일 내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일정도 많고요. 주로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유럽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이들 일정에서 제가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석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최근 한반도의 남북관계에 대해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 그들이 한반도 상황을 선입견 없이 이해하고, 남북한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상황을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유럽의 주요 인사들이 제 의견을 통해 남북관계를 이해하게 되는 셈이어서 그런 질문을 받을 때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독일, 유럽 일정 참석자들이 한국 사람에 대한 첫인상을 저를 통해 얻는 경우도 많아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최근 하노버의 한국음식점 ‘초이스(Chois)’에서 식사한 것이 독일 신문에 기사화됐습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국 동포분이 기사가 나간 뒤 독일 손님이 급격히 늘었다고 고마워했습니다. 남편과 이 한국음식점에 자주 갑니다. 요즘은 김치 맛에도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와 슈뢰더­김 소연 대표가 한국경제신문에 보내온 창간 축하문(위)과 슈뢰더 부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와 슈뢰더­김 소연 대표가 한국경제신문에 보내온 창간 축하문(위)과 슈뢰더 부부.
▷최근 한국의 제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독일 제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자동차 분야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독일의 주요 산업으로는 우주항공, 자동차, 화학, 정보통신, 기계장비, 의료기술, 재생에너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도 최상위권에 있습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제조업 경쟁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독일 중소기업, 이른바 ‘미텔슈탄트(Mittelstand)’는 특화된 높은 기술경쟁력을 토대로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독일 제조업이 강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독일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는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높은 혁신 집약도로, 2014년 기준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88%(839억유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총 연구개발 투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570억유로입니다. 특히 독일 히든챔피언의 R&D 투자 비중은 5% 이상입니다. 높은 자기자본을 토대로 70% 이상이 R&D자금을 자체 조달하고 있습니다. 지역·산업별로 특화된 다양한 클러스터에서 산·학·연 공동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혁신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둘째, 현장 중심의 우수한 전문 기술인력 확보를 들 수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작은 임금체계(중소기업은 대기업의 85~90% 수준)와 체계적으로 정비된 현장 중심의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을 통해 우수한 인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수도권, 대기업 집중 현상이 없어 각 지역에 인재가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젊은 전문 인력들이 중소기업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여겨 중소기업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셋째, 장기간 높은 실업률로 체득한 유연하고 안정된 노사관계입니다. 당초 독일은 강력한 노조문화가 만연했지만 1990년대 장기간의 높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사문화 개선 노력을 지속 추진해 유연한 노사관계를 정립했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넷째, 거대한 내수시장 및 효율적인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엔 특정 분야에 전문화된 가족기업이 많지요.

“독일 중소기업의 95%는 가족기업입니다. 안정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어 지속성장을 이룰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족기업은 장기적인 성과를 중시할 뿐 아니라 전문 분야에 특화된 제품 개발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진입이 어려운 전문분야(틈새시장)에서 시장을 확보하고 기업 간 거래(B2B) 부문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

▷독일 기업이 강한 건 결국 높은 기술력 덕분이라고 봐야겠지요. 독일은 기술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독일 기업들은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신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 정부는 독일 내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막스플랑크연구소를 통해 기초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헬름홀츠연구소는 거대 공공기술을 기업들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라이프니츠연구소와 프라운호퍼연구소는 생산성에 기반을 둔 기술을 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함으로써 상업화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산·학·연 협력사례에 대해 설명해 주시지요.

“아헨공대 및 인근 지역에 프라운호퍼, 헬름홀츠, 라이프니츠, 막스플랑크 연구소 등이 집중돼 있습니다. 아헨공대 산하 연구소 및 인근의 연구기관들은 산업 특성에 따라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으며, 국제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헨공대 산하 연구소인 섬유기술연구소(ITA)는 성균관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과 협력해 한·독 공동연구소인 ‘스마트 텍스트로닉 센터’를 구축했습니다. 2016년 독일 측 센터, 지난해 한국 측 센터 구축이 끝나 한·독 간 미래 산업 제품 및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텍스트로닉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의 연구기관입니다. 특히 미래 성장산업인 첨단의료, 미래 자동차, 안전기술 등이 주력 협력 분야입니다. 첨단의료 분야에서 센서를 섬유에 통합시켜 활력징후(vital parameter)를 측정하고, LED를 섬유에 적용해 광선요법(light therapy)을 실시하는 등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한국의 이 분야 전문가, 교수, 기업이 참여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과의 협력을 위해 독일 관계자들이 최근 한국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지요.

“한국과 독일은 공통의 DNA(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분단의 역사, 자원 부족, 우수한 인적 자원, 수출 중심 국가 등입니다. 양국 산업의 상호보완성이 양국 모두에 윈윈이 될 것입니다. 강한 산업과 약한 산업 간의 협업은 시너지를 크게 낼 것입니다. 예컨대 폭스바겐 전기자동차에 LG 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상생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접목, 기술을 공동 개발해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제3세계로 수출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우리의 경우 정보기술(IT) 등의 첨단 기술과 핵심 소재부품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가장 잘 아는 독일 등에 직접 진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독일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자동차부품 중견기업인 센트랄은 지난해 연구개발 인프라가 잘 돼 있는 아헨지역에 유럽 연구개발 거점을 설립해 한·독 기술 협력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기술 마케팅을 펴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우수한 한국의 중소·중견기업들이 유럽 시장을 공략할 때 연구개발 인프라가 훌륭한 독일과 협력하면 시장에서 높은 품질의 기업으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