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파묻힌 최고경영자, 사업 외적인 삶에서 행복하십니까?
사업적 성취는 자부심을 높여준다. 하지만 그 성취가 사업 외에 다양한 문제에 대해 답을 줄 수는 없다. 프랑스에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에서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는 맨프레드 케츠 드 브리스 교수는 리더십 외에 심리학과 코칭 분야에서도 상당한 업적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의 책 《삶의 진정성》(더블북)은 인시아드의 고위 경영자 세미나 ‘리더십의 도전’에 참석했던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 이 책은 경영자들의 사업 외적인 고민거리들을 네 가지 주제, 성과 돈, 행복과 죽음으로 나눠서 다루고 있다. 해답을 제공하기보다는 고민과 생각, 그리고 성찰의 결과물로 정리한 책이다. 지식과 경험, 연륜이 어우러지지 않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중후한 톤의 책이다.

일에 파묻힌 최고경영자, 사업 외적인 삶에서 행복하십니까?
“지위는 추구하기 어려운 것이고 인기란 우연처럼 얻어지는 것이며 부(富)는 변덕스러운 것이다. 오직 개성만이 오래 지속된다.” 그는 이 같은 메시지를 경영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 권력과 지위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라면 자신이 세상을 떠나도 남을 수 있는 것, 오랫동안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권면한다.

“진정성 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무슨 일을 하든지 의미 없게 느껴질 것이고 불안과 지루함, 절망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는 대목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는 그가 경영자들과 함께하면서 그들과 공유하고 싶은 메시지다. “무엇보다 이를 명심하라. 스스로에게 참돼야만 한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말과 일치한다.

“우리는 사랑을 늘 새롭게 대하고,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은 정신없이 일에 몰두해서 아내를 포함한 가족의 일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버리는 경영자들에 대한 그의 조언이다. 사랑이란 그저 그냥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할 때만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익숙해지면 사람들은 고마움을 잊고 상대를 소홀하게 대하게 된다. 이런 사람에게 그는 “사랑이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밖으로 나가 탐험을 하면 새로운 지평선을 발견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정신분석가이자 심리치료사이자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저자는 더 이상 인생이 즐거워지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부유한 사람을 수없이 많이 만났다. 그들은 사는 것을 지루해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루함은 그가 만나는 다른 사람들까지도 지루하게 만들어 버린다. 지루함에 대한 최고의 치유법은 호기심이다. 저자는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획득하고 다룰 때 각자의 가치와 신뢰 체계에 합치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이런 방식을 찾지 못하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게 될 수 있다.

진실하지 않은 가면을 쓰는 것도 큰 대가를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무엇을 하든지 간에 진정성이 없다면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귀한 지혜와 아름다운 문장 때문에 읽는 내내 계속해서 밑줄을 그을 수밖에 없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