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감청 스캔들 수시로 터져…에르도안, 온라인 철통 통제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손가락이 절단되는 고문을 당한 후 살해됐고, 머리가 잘리는 등 시신이 훼손됐다."

터키의 친(親)정부 일간지인 예니샤파크가 녹음을 직접 들었다면서 지난주 보도한 내용이다.

또 카슈끄지 피살 당시 현장에 있던 사우디 요원 일행 중 한 명인 마헤르 압둘아지즈 무트레브가 본국의 왕세자실로 발신한 전화 통화기록 4건이 확인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카슈끄지의 죽음이 왕실과 무관하다는 사우디 정부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무트레브는 최근까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해외방문 수행단에 포함된 인물이다.

이 신문은 두 보도 모두 출처를 공개하지 않았다.

23일 AP 통신은 이들 보도는 터키의 감시 스토리에 사례를 보태는 것이라며 도청 스캔들이 수시로 터지고 정부가 인터넷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국가안보 위험으로 여겨지는 웹사이트들과 비판자들을 추적하고 차단하는 나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핵심적인 지정학적 플레이어이자 권력을 향한 내부 파벌 간 수많은 결전의 현장이기도 한 터키에서 일어난 수많은 '첩보 스토리'의 주요 사례들을 소개했다.
카슈끄지 피살 정황 녹음들 공개한 터키는 '감시의 천국"

2016년 7월 15일 저녁 발생한 쿠데타 기도 이후 터키 당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의사소통에 대한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했다.

암호화 모바일 메신저 앱 '바일록(ByLock)'을 이용했다는 혐의로 많은 이들이 체포됐다.

수사당국은 쿠데타 모의 배후로 미국에 체류 중인 펫훌라흐 귈렌을 지목하고 바일록이 귈렌 지지자 전용 메신저라고 발표했다.

이에 몇몇 서방 정부들과 인권단체들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정부 반대자들과 심지어 정치적 단체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체포하는 등 지나친 수사라고 비난했다.

2014년에는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당시 외무장관이 주재한 국가안보회의를 도청한 파일이 유튜브에 유출됐다.

지방선거를 사흘 앞두고 시리아에 군사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자는 제안 등이 녹음된 파일이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역시 정계, 사법부, 국가기관 등에 요직을 차지한 귈렌 지지자들을 배후로 지목했다.

2013년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당시 총리가 내각 각료들, 고위 관리들과 전화로 나눈 대화 내용이 온라인에 올랐다.

당시는 부패한 정부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무렵이었다.

에르도안은 "날조"라고 비난하면서 귈렌 추종자들의 "쿠데타 모의"라는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2011년에는 총선을 앞두고 우파 성향 소수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후보 10명이 혼외정사를 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이들은 줄줄이 후보직을 사퇴했는데 민족주의행동당은 '음해'로 규정하고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배후로 지목했다.

앞서 1년 전에도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총재가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총재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데니즈 바이칼 공화인민당 총재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다른 여성과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있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랐다.

터키 의회는 2007년 인터넷 규제법안을 통과시켰고 2013년에는 법원 승인을 받지 않고도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거나 인터넷 사용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을 통신청에 부여하는 강화된 법안을 통과시켰다.

반정부 시위가 번진 2013년에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통제를 더욱 조였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