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한은이 독립성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여당은 지난 2014년 박근혜정부가 금리 인하에 압박을 가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공세를 편 반면 야당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이낙연 국무총리 등의 공개 발언으로 인상 압박을 한 것이 더 문제라며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2014년 금리 인하 때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수첩에 여러차례 관련 내용을 적어둔 것을 근거로 박근혜정부가 금리 인하에 부당한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는 2014년 7월 한 포럼에서 금리 인하 효과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뒤 8월 금리를 인하했다"며 "이 총재가 한은의 독립성과 권위, 신뢰를 지키기 위해 버텼어야 했는데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2014년과 2015년에 (금리 인하 압박을) 버티고 기업 구조조정과 좀비기업 청산에 나섰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쳤다"며 "그렇게 쭉 밀려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난리가 나니 다시 (지금) 정부는 (금리를) 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은 안종범 전 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조선일보의 금리정책 기획기사와 관련해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언론과 금융당국, 기획재정부, 청와대가 한 팀이 돼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 아닌가.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시나리오가 정교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당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금리 인하를 반대했던 위원들의 의견이 지금 경제 상황을 너무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다"며 "당시 인하 결정이 무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은 "이 사안의 진실 규명을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 심문이 필요하다"며 안 전 수석과 정 전 부위원장, 강효상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 문자메시지에 거론된 조선일보 기자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민주당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요청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이 총재에게 "안 전 수석과 정 전 부위원장이 금리 인하를 위해 꽤 노력한 것 같은데, 이들에게 전화 연락이나 압박을 받은 적이 없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 총재는 "그렇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이낙연 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현 정부에서도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발언을 계속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 운영을 위해 금리 인상도 인하도 주장할 수 있는데, 그걸로 마치 한은과 정부가 내통해 금리를 결정했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을 잘못해서 서울 집값을 급등시킨 현 정부가 이를 모면하기 위해 한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이 총재를 문재인정부가 재임명해놓고 금리 인상하라는 말을 안 들으니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의 증인 신청에 대해서는 "같은 논리로 나도 이낙연 총리, 김현미 장관, 홍영표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맞섰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은 "과거 정부도 그렇지만 현 정부는 (금리 개입 정도가) 더 심하고 방법이 교묘하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1년 반동안 경제정책을 엉망으로 해서 경제 성적표가 참담하니 핑계를 찾고 있다"며 "박근혜정부 때 금리 정책을 잘못해서 우리 경제가 이 모양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 장관이 금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총리에 국토부 장관, 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한은법 3조를 위반하면서 금리를 인상하라고 한다"며 "한은이 중립성과 전문성을 확실하게 지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주열 총재는 여야가 거론한 모든 인사로부터 전혀 개인적인 연락을 받거나 금리 인상·인하 여부에 대한 압박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 압박이 있다고 해서 그대로 금통위가 움직이는 가능성을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
금통위원들이 총재, 정부가 말한다고 움직이는 조직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