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종전 Baa2에서 Baa3로 한 단계 낮췄다. 등급전망은 '안정적'으로 매겼다. Baa3는 투자등급의 마지막이다. 투자가 부적격한 투기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Ba1보다 한 단계 위에 있다.

무디스는 등급 강등의 주요 원인으로 이탈리아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예산을 지목했다.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성향의 '동맹'이 결성한 이탈리아 연립정권은 재정적자 규모를 전임 정부의 계획보다 3배 늘린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한 내년 예산안을 최근 유럽연합(EU)에 제출했다.

무디스는 이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이탈리아의 부채가 감소하지 않고 향후 몇 년간 현재 130% 수준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 때문에 이탈리아가 국내나 외부에서 기인하는 충격, 특히 경제성장 약화에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3위국인 이탈리아는 새 정부의 확장적 예산안 때문에 최근 몇 주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상환 국채의 수익률 격차는 이날 5년 반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집권한 오성운동과 동맹 연립정권은 활력이 떨어진 이탈리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최근 발표된 예산안에는 저소득자들을 위한 최저임금 도입, 감세, 2011년 도입된 연금개혁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무디스는 "정부 지출의 대부분이 그 속성상 구조적이라서 되돌리기에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무디스는 "이탈리아 정부의 경제계획이 단기에는 성장을 지원하겠지만 지속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탈리아의 보잘것없는 경제성장을 끌어올릴 일관적인 개혁 프로그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U의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 예산안을 기각하고 과징금을 물리는 첫 공식 절차로 이탈리아 정부에 지난 18일 경고서한을 발송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EU의 반대에도 예산안 집행을 강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매긴 이유에 대해 "아직 이탈리아에는 약화하는 재정적 전망의 균형을 잡을 중요한 신용 역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크고 다변화한 경제, GDP의 2% 이상인 경상수지 흑자, 거의 균형 잡힌 해외투자, 가계가 보유한 부의 높은 수준을 그 이유로 들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8월 31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BBB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설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오는 26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S&P는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 조정하고 전망을 안정적으로 매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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