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의 주가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LC) 호황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에도 공매도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서다. 공매도 세력이 삼성전기가 MLCC 공장 증설 후 시장 내 공급부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오후 1시40분 현재 삼성전기는 전날보다 2000원(1.44%) 하락한 13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12일부터 전날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공매도 물량이 늘어나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전날 삼성전기의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은 21%에 달했다. 전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기의 공매도 물량은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기의 공매도 물량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삼성전기의 공매도량은 총 500만7170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공매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그간 삼성전기는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9월 한달 간 삼성전기 주가는 13.66%나 하락했다.

업계에선 삼성전기의 MLCC 시설투자 소식이 공매도를 부추겼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삼성전기는 천진삼성전기유한공사에 5733억원을 투자해 MLCC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28일 공매도량은 82만7846주(거래금액 1142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상장 이래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후 공매도 잔고수량은 300만~500만주로 늘어났다. 이에 이달에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 11일 종가는 12만5000원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기의 실적 기대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액 2조3060억원, 영업이익 3780억원(시장예상치 3374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라며 "올해 예상 연간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이고 내년에 대한 전망도 더 밝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적 기대감에 공매도 숏커버(환매수) 물량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오히려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것은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보통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얻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가 다시 많이 나오면서 주가 반등은 어려워질 것"이라며 "공매도 세력들의 논리는 증설이 되면 공급부족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