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적인 사람들은 상처받기 싫어하고 깊은 관계를 두려워한다. 그들은 TV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려 한다. 덴마크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이런 행동을 ‘자기보호 전략’이라고 부른다. 그간 ‘방어기제’라고 불리면서 부정적으로 인식돼온 자기보호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한 책이다.

‘민감함은 결함이 아니라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라는 역발상으로 전작 《센서티브》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작가가 이번엔 자신을 지키면서도 세상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자기보호’의 가치와 가능성을 다룬다. 어린 시절 생존 기법으로 발달한 자기보호는 투사나 퇴행, 동일시와 유머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연애할 때 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받고 싶지는 않은 심리, 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할까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한 상담 사례를 들어 풀어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보호’를 인식하고 그 안의 자신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 순간 자신에게 방해가 되던 자기보호가 구원자가 될 수 있다. ‘자기보호를 자각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저자는 내적 자아와 마주하는 일은 ‘마치 죽음 앞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일’과 비슷하다고 서술한다. 그는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일에 서툴수록 다른 사람과 맺는 관계의 질도 떨어진다”며 “나 자신을 덜 느끼고 덜 이해할수록 살아있음을 생생히 경험하는 기회도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투명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고 참된 관계 속에서 충만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일자 샌드 지음, 곽재은 옮김, 인플루엔셜, 240쪽, 1만4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