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아이언으로 128야드를 보냈다. 흥미롭고 괴상한 경험이었다.”(저스틴 토머스·미국)

“이런 바람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제이슨 데이·호주)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처음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대회 ‘더CJ컵@나인브릿지’(이하 CJ컵)에 참가한 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내놨던 제주 서귀포 클럽 나인브릿지(파72·7196야드)에 대한 평가다. 대회 전 제이슨 데이는 우승 스코어가 20언더파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저스틴 토머스는 코스가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선수 중 하나였다.

오는 18일부터 나흘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CJ컵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돌개바람’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편백나무에 둘러싸여 국내에서 자연과 가장 밀접한 골프 코스로 불리는 클럽 나인브릿지는 올해도 예측 범위에서 벗어나는 바람으로 선수들을 괴롭힐 전망이다.

두 자릿수 언더파 올해는 나올까?

대회 초대 챔피언인 토머스는 지난해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낸 뒤 동타를 기록한 마크 리슈먼(호주)과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챈 토머스는 보기에 그친 리슈먼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는 참가자 중 절반에 한참 못 미치는 24명. 클럽 나인브릿지는 PGA투어 선수들에게도 접하기 힘든 고난도 코스였다.

이번 주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토머스는 주최 측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시각적으로 매우 아름다우며 티샷을 치고 홀까지 가는 길에 나무도 많았다”면서도 “바람이 많이 불고 나무가 많아 홀을 공략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었다”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물론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선수들의 버디쇼가 펼쳐질 수 있다. 지난해 1라운드에서 토머스는 코스레코드인 9언더파 63타를 적어내 대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바람이 잔잔한 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남은 라운드에서 지키는 경기 운영을 하면 충분히 두 자릿수 스코어가 나올 수 있는 코스다.

장타자들 총출동…600야드 투온쇼도

PGA투어 선수들의 ‘장타쇼’는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진다.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 토머스와 데이는 물론 지난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8위(313야드)에 오른 ‘PGA 올해의 선수’ 브룩스 켑카(미국)도 제주를 찾는다. 일본의 장타자 마쓰야마 히데키도 출격 준비를 마쳤다.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특정 홀에서 우드로 치는 샷도 계산에 포함한다. 토머스와 데이, 켑카는 기록상 수치보다 훨씬 더 먼 거리를 보내는 선수들이다. 토머스는 지난해 600야드에 달하는 12번홀(파5)에서 유틸리티 클럽을 이용해 투 온에 성공한 뒤 가볍게 이글을 낚아채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국내 선수들이 PGA투어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는 주최 측의 바람처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의 깜짝 우승이 나올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주최 측인 CJ는 지난해 첫 대회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10년간 PGA투어 정규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는 PGA투어 시드를 가지고 있는 강성훈(31), 김민휘(26), 김시우(23), 안병훈(27), 임성재(20), 이경훈(27) 외에도 KPGA 코리안투어 대표주자인 박상현(34), 이형준(26), 맹동섭(31), 이태희(34), 문도엽(27) 등이 참가 기회를 얻었다.

KPGA 코리안투어 5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CJ컵 무대를 밟는 이형준은 “지난해에는 설렘이 컸고 경험에 의미를 뒀다”며 “우승자는 PGA에 직행할 수 있는 만큼 올해는 지난해 아쉬웠던 성적을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