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대량생산하기 위해 은행 지점장을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이 지점장은 자동차에 대한 안목이 없었다. 그는 “큰길에 마차가 이렇게 쌩쌩 잘 달리는데 무슨 자동차가 필요하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자동차산업 초창기 얘기다.

자동차는 카를 벤츠가 1886년 발명했다. 당시는 마차에 엔진 하나 얹은 것에 불과했다. 마차보다 느렸고 툭하면 고장나기 일쑤였다. 대량생산은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포드는 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확신하고 대량생산 비전을 세웠다. 1903년 동업자와 함께 자본금 10만달러로 포드자동차회사를 설립했다. 1908년엔 세계 최초의 대중차 ‘T형 포드’ 제작을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수백 년을 이어오던 마차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다. 2차 산업혁명의 특징이 바로 이런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한 대량생산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중소기업

요즘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다. 스마트공장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신기술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 증기기관 발명(1차), 대량생산과 자동화(2차), 정보기술과 산업의 결합(3차)에 이어 네 번째 산업혁명이라는 의미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스마트공장이다. 제조업 분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은 이를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전까지의 공장 자동화는 미리 입력한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시설이 수동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 생산설비는 제품과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업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생산설비가 중앙집중화한 시스템의 통제를 받았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각 기기가 개별 공정별로 판단해 실행한다. 4차 산업혁명을 구현하기 위해선 스마트센서, 공장자동화, 로봇, 빅데이터 처리, 스마트 물류, 보안 등 수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이를 개별 중소기업이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알겠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듣기 어렵다. 심지어 독일에서조차 중소기업의 29%만이 이에 대응하고 있을 뿐 나머지 71%는 무대책이라는 설문조사가 나올 정도로 중소기업의 대응은 쉽지 않다.

산단공·중앙회·중진공 지원 나서

이에 국내 중소기업 지원기관들이 발벗고 나섰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이 그들이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에 뒤지면 중소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거꾸로 효과적으로 대응하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원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교육이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와 부서장, 임직원을 대상으로 현장전문가를 동원해 교육하는 것이다. 예컨대 산단공은 스마트팩토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지능형 로봇, 블록체인, 5G(세대) 이동통신, IoT, 자율주행차 및 드론, 스마트시티, 맞춤형 헬스케어, 디지털트윈·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대상은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임직원이다. 이와는 별도로 최고경영자를 위한 교육도 하고 있다.

중진공은 설비와 솔루션(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을 융합한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임직원을 교육하고 있다. 총 133개 과정으로 연간 약 7000명의 중소기업 임직원 교육을 실시 중이다. 2022년까지 스마트제조 전문인력 5만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스마트팩토리 배움터 마련

스마트공장용 모델팩토리 구축과 자금 지원도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진공은 경기 안산시 중소기업연수원에 스마트팩토리 배움터를 작년 말 열었다. 이곳에선 탁상용 시계를 제조하는 무인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자동화 장비에서 원재료 절단을 시작하고, 모바일 로봇이 반제품을 이송하며, 머시닝센터에서는 가공이 이뤄진다. 이어 가공된 몸체와 받침대 검사가 이뤄지고 협업로봇과 현장관리자 간 협업으로 완제품이 만들어진다. 완성품을 모바일 로봇이 적재장소로 이동하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이 시설은 장비와 소프웨어 및 기술의 집약체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소통하며 일하는 스마트팩토리 롤모델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구현되는 현실 속 스마트팩토리다. 이를 중진공은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인이 직접 보고, 왜 스마트공장을 구축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떤 식의 스마트공장을 구현할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이다. 중진공은 올해 정책자금 중 ‘제조현장 스마트화자금’을 신설했다. 총 3300억원 규모다. 이를 통해 스마트공장 추진 기업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마지막으로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5년간 2500곳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기중앙회는 첫해 사업으로 지난 8월 사업내용을 공고했다. 그 결과 신청이 당초 목표를 크게 초과해 조기 마감됐다. 2000여 개 중소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기반구축형 사업은 목표 대비 4배, 설비정보 자동집계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사업은 목표 대비 3배에 달했다. 중기중앙회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호응과 참여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중앙정부 지원 외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을 분담해 기업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회의 폭넓은 조직력이 기여했고 삼성전자의 풍부한 제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모델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중소기업은 내년 초 신청할 수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구축은 정부의 주요한 국정과제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중소기업의 효과적 대안인 만큼 상생형 모델을 더 내실 있게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