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설까지 나돌던 브라질 금융 시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증시는 며칠째 상승했고, 추락하던 헤알화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오는 7일(현지시간)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약진하고 있어서입니다.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는 좌파 노동자당(PT)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였습니다. 좌파가 당선되면 연금 개혁 등은 물건너갈 것이라고 보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미국 경제를 살린 트럼프 같은 극우 후보가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자 금융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2일과 3일 나온 브라질의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와 이보페(Ibope)의 조사 결과를 보면 보우소나루 후보는 32%, 아다지 후보는 21∼23%를 기록해 확연한 2강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지난달 28일 결과와 비교하면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4% 포인트 올랐고, 아다지 후보는 1%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도 브라질 대선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브라질 시장이 신흥시장(EM)의 대표적인 시장이어서 투자액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극우파인 보우소나루 후보가 이기는 게 해외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최근 JP모간에서 신흥시장 투자를 담당하는 분을 만났습니다. 이 분에게 브라질 대선과 향후 금융 시장 예측을 물어봤습니다. 말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좌파인 아다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처음엔 금융 시장은 하락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아다지는 부담이 커지고 뭔가 반시장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시장은 반등할 수 밖에 없다.
극우파인 보우소나루가 당선되면 금융 시장은 초기에 반짝 살아날 수 있다. 보우소나루는 독립적 성향이 강하고 당도 소수당이다. 당선된 뒤 뭔가 해보려면 다른 당과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군인 출신인데다, 트럼프 처럼 ‘독불 장군’이다. 연대가 어렵고 결국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하고 위기만 초래할 수 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금융 시장에 안좋을 수 있다.”

국내에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월스트리트의 분석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