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학 응용 레이저 기기 토대 제공…생물학·의학 등에 활용

빛으로 생체분자를 집을 수 있는 '광학집게'(light tweezer)를 발명하고 고출력 초단펄스 발생 기술을 개발해 레이저 물리학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온 3명의 과학자에게 올해 노벨물리학상이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2일 아서 애슈킨(96) 미국 벨연구소 박사와 제라르 무루(74) 프랑스 에콜폴리텍 교수 겸 미국 미시간대 교수, 도나 스트리클런드(59)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를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레이저 연구를 통해 시력교정 수술 등과 같이 매우 정밀한 의학·산업분야에서 사용되는 고도정밀기기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이들 3명의 연구자가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올해 수상 업적의 반은 입자와 원자, 바이러스와 생체 세포를 단색 레이저빔으로 직접 잡을 수 있는 광학집게를 개발한 애슈킨 박사에게 돌아갔다.

이는 레이저 광선을 조사해 세포 등 작은 물질을 조작할 수 있는 획기적인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빛의 압력으로 입자를 움직이는 공상과학에나 있을법한 것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1987년 이 광학집게로 살아 있는 박테리아를 잡는 데 성공한 뒤 바로 이를 생물학 시스템에 적용하는 연구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광학집게가 생명현상 등 연구에 널리 활용되고 있고 적용 분야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조동현 고려대 교수는 "애슈킨 박사의 광학집게를 이용해 생물학에서 DNA가 갖는 물리적 특성이나 분자와 분자의 결합 등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며 "작은 입자를 레이저 광선이 모이는 초점에 붙잡아두고 분자와 분자가 결합할 때 나타나는 엄청나게 작은 힘을 측정할 수 있어 많은 응용분야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올해 수상업적의 반을 차지한 무르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사제지간으로 고출력 초단펄스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방법을 개발, 레이저를 다양한 기초·응용과학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남창희 기초과학연구원(IBS) 초강력레이저과학연구단장(광주과학기술원 교수)은 무르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1985년 피코초나 펨토초의 짧은 레이저 펄스를 길게 증폭한 뒤 다시 짧게 압축하는 방법(CPA)으로 매질을 훼손하지 않고 고출력 초단펄스를 발생시키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의 업적으로 대학실험실 정도의 작은 규모 연구실에서도 고출력레이저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고출력레이저 장비는 물리 분야 뿐아니라 생물학에서 이미징에 사용되는 등 기초과학 연구에 널리 쓰인다"고 전했다.

실제 의학분야에서도 라식수술을 할 때 보통은 '엑시머 레이저'라는 자외선 파장의 레이저가 쓰이지만 요즘은 펨토초 레이저로 절개 부위를 아주 작게 해 시력 교정수술을 하는 등 이 레이저의 활용이 아주 광범위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남 교수는 이어 "무루 교수가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우리 연구단이 2012년부터 자문위원으로 모셨다"며 "애초 다음 주 연구단에 올 예정이었으나 기관지염 때문에 장거리 여행이 어려워 일정이 취소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애슈킨 교수에게는 상금의 반인 450만 스웨덴크로네(약 5억6천200만원)가 수여되며, 나머지는 무르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에게 4분의 1씩 지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