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성형외과 전문의가 쓴 의학 소설 '마취' 출간
현직 성형외과 전문의가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소재로 한 의학 소설 ‘마취’가 출간과 동시에 주목을 받고 있다. 프로포폴이 유명 연예인들의 중독 문제를 넘어 사회병리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소설 ‘마취’는 그에 대한 깊이 있는 심리 분석과 진단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영화화 하기 좋은 대형 재난 소설이자 의식 탐구 소설이기도 한 소설 ‘마취’는 중견 성형외과 전문의로 활약하고 있는 김유명 작가의 데뷔작이다. 김유명 작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학박사이자 개업한 지 12년 차 되는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프로포폴에 중독되는 사람들의 욕구는 무엇인지, 또 현대인들은 왜 무엇인가에 중독될 수 밖에 없는지를 능숙한 솜씨로 다루었다.

김유명 작가의 신작소설 ‘마취’는 전신마취제 부작용인 ‘악성고열증’으로 환자를 잃은 아픔을 가진 마취과 의사가 프로포폴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여배우의 진실을 추적하다가, 탐욕적인 제약회사가 초래한 전신 흡입 마취제 대량 유출 사고라는 대재난과 마주한 이야기를 자신의 의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특히 도시 전체의 시민들과 가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주인공 자신도 의식을 잃게 되는 전개 과정 속에서 독자들은 인간은 왜 약물을 통해 자신을 놓아버리려는 유혹을 받는지, 인간의 의식은 과연 뇌의 부산물일 뿐인지, 죽음에 이르러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얻게 된다.

김유명 작가는 “마취를 하면 사람의 의식과 기억이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다시 깨어난다는 점에서, 마취가 죽음과 새로운 탄생에 대한 하나의 비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를 소재로 잠과 꿈, 삶과 죽음의 의미를 풀어 쓰게 되었다”면서 “하버드 의대를 나와 ‘쥬라기 공원’을 쓴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처럼, ‘셜록 홈즈’라는 불멸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의사 출신 작가 아서 코난 도일처럼, 전문 직업세계에서 낚아 올린 싱싱하고 신기한 소재를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계속 써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기존의 재난 소설들과는 그 착상에서부터 전혀 다른 대재난과 인간 의식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함께 담긴 ‘마취’에 문학계 유명인사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뿌리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의 원작자 이정명 소설가는 추천사를 통해 “현직 의사이기도 한 저자는 생생한 의학 지식과 날카로운 사회의식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통찰을 흥미진진하게 버무려냈다”고 소개했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작품과 최근 영화화 된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해외에 소개한 KL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화려하고 위대한 것과 그 각각의 이면에 들러붙어 보이지 않는 초라하고 폭력적인 추한 것들을 함께 조명한 소설”이라고 언급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의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침체기에 빠진 국내 소설시장에서 의사 출신 작가가 집필한 의학 소설 ‘마취’가 어떤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

권유화 한경닷컴 기자 kyh11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