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미·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차 미·북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북핵 문제를 놓고 중재외교를 펼친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소개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브루스 클링너 "2차 미·북정상회담 여건 미성숙"
보수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 발표하겠다고 밝힌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란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또 다른 정상회담은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 18일 헤리티지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은 북한과 평화선언에 서명해선 안된다’는 글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종전선언 같은)평화선언에 서명할만한 어떤 가시적인 조치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평화선언은 역사적이겠지만 의미없는, 기분 좋은 제스처(historic but meaningless feel-good gesture)”라고 평가절하했다. 지난 24일엔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2.0에 트럼프 대통령이 노(no)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라는, 다른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리트윗하기도 했다. 그는 헤리티지재단 합류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헤리티지재단에 올린 글에서 “평화선언이 한반도 안보상황을 개선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줄이지도, 북한에 대한 불신과 의심을 완화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신 “북한이 개선될 것이고 지금껏 (확실히) 정의되지 않은 긍정적 행동을 취할 것이란, 확실한 형태가 없는 희망만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동맹국의 안보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반도)긴장의 원인은 ‘정전협정 대 평화선언’이 아니라 북한의 위협과 공격, 재래식 군사력의 전진배치, 핵무기 개발을 포함한, 북한이 (한국)전쟁 후 보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대통령)를 개인적으로 칭찬함으로써, 정상회담이 성공했다는 주장을 유지하는데 더 적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추가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2차 미·북정상회담을 하는 대신 신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측 카운터파트를 만나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수 있는, 상세하게 기술된 요건을 담은 협정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제안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톱 다운’ 방식 대신 실무협의를 통해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문제를 푸는 ‘바텀 업’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바텀 업 방식은 실패했다. 우리는 새로운 톱 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