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주가 27일 일제히 올랐다. 실손보험료 인하 우려가 해소된 덕분이다.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민간 실손의료보험료를 내릴 것이란 우려가 그동안 보험주를 짓눌러 왔다. 한국은행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것이란 기대도 보험주가 뜬 요인이다.

정부, 실손보험료 인상… 현대해상·오렌지라이프 급등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해상은 3000원(7.93%) 상승한 4만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DB손해보험(7.20%), 메리츠화재(5.66%), 오렌지라이프(4.67%), 한화손해보험(4.07%)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을 허용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공·사보험 정책협의체 회의를 열고 내년 실손보험료 조정폭을 공개했다.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新)실손보험은 8.6% 인하, 2009년 9월 표준화 이후 판매된 실손보험은 6~12% 인상, 2009년 9월 이전 실손보험은 8~12% 인상을 권고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20%를 넘는 점을 감안해 가입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옛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을 허용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로, 100%가 넘으면 보험사가 받는 돈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보험사 실적은 올해까지 부진하겠지만 내년에는 보험료 인상과 함께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공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로 실손 의료보험금 지출이 줄어드는 점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장성 강화로 민간 보험사가 반사이익을 얻는 만큼 보험료를 내리라는 것이 당초 정부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손해율 개선을 위한 보험료 인상도 허용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일괄적으로 보험료 인하를 추진하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줄어들었다”며 “보험주 실적과 주가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내년 보험료 인상으로 지난해 121.7%였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2019~2020년 100%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연구원은 “손해율 개선에 따른 세전이익 증가폭은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