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주식시장의 든든한 안전지대 역할을 했던 반도체 종목들이 업황 고점논란에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23일 오전 11시1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100원(2.32%) 내린 4만6350원, 2위 SK하이닉스는 4700원(5.35%) 떨어진 8만3200원에 거래되고 있다.같은 시간 코스닥시장에서 테스, 피에스케이, 유진테크 등 반도체 장비주들도 3~6%대 하락세다.이날 반도체 종목들은 D램산업이 고점에 진입했다는 분석과 함께 반도체 업종에 대한 비중축소 의견을 낸 한 증권사 보고서의 영향으로 급락했다.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D램 산업은 그간 구조적 공급 제한과 수요 성장 속 안정적 업황을 유지했지만 하반기 중 삼성전자의 지배력 확대 전략이 추구되며 업황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김 연구원은 그간 삼성전자가 D램의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추구, 업황이 3분기 단기조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D램 산업 공급초과율은 올해 상반기 97%에서 하반기 99%로 확대된 후 내년 상반기 101%로 점차 악화될 전망이다.그는 "향후 3개월간은 사상최대 실적과 추가 판가상승의 긍정적 모멘텀에 기반한 주가흐름이 가능하겠지만 이 기간 중 비중조정이 권고된다"며 "절대적으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에도 불구하고 내년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과 오는 4분기 제품가 하락에 주가가 동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경우 과거 D램 판가 하락 과정에서 삼성전자 대비 더 큰 주가 낙폭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보유'(Hold)로 하향 조정했다.한국 주식시장에서 상대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반도체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업종의 하락세가 시장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실제로 이날 코스피는 하락 출발한 뒤 반도체 논란 등에 힘입어 낙폭을 확대, 2270선까지 내려앉았다. 코스피는 현재 전날보다 13.83포인트(0.60%) 내린 2275.36을 기록 중이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반도체 논란 등으로 조정 받고 있으나 밸류에이션 매력이 충분해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고 봤다.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락하고 있지만 현대차나 포스코 등 대형주들이 반등 시도에 나서면서 코스피가 급락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정보기술(IT)의 경우 워낙 실적이 탄탄해 고점 논란에도 밸류에이션 매력에 따른 반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그는 최근 달러 강세와 원, 위안화 약세 등 환율 변동성이 안정될 경우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모멘텀이 약한건 사실이지만 워낙 코스피가 급락했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 반등 시도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
키움증권은 17일 피에스케이에 대해 "수익성과 성장성에 비해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다"면서 '매수' 추천했다. 목표주가는 4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증권사 한동희 연구원은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6%와 49% 증가한 3475억원과 86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평택 및 M14 공장 잔여투자와 청주 신규투자 및 해외 반도체 투자에 따른 수혜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전공정 장비주(株) 사이에서 피에스케이의 주가가 디스카운트 될 요소가 없다"며 "특히 글로벌 애셔(Asher) 시장 점유율은 53% 수준으로 지배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애셔 장비는 반도체 공정 중 노광 공정 후 남은 포토레지스트(PR) 찌꺼기를 날리는 역할을 하는 장비로 알려져 있다.한 연구원은 "국내외 반도체 후공정 투자 증가와 과거 대비 해외 반도체 투자에 대한 실적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점 등이 피에스케이의 최대 강점인 다변화된 거래선과 D램, 낸드, 로직, 후공정 모두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주목하게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피에스케이는 그러나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7.2배 수준으로, 전공정 장비주 중 가장 저평가돼 있다고 한 연구원은 진단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고점 논란’에 휩싸였던 반도체 업종이 반등하자 관련주들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확대로 반도체 장비주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14일 코스닥시장에서 원익홀딩스는 주당 110원(1.39%) 오른 803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와 352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강세를 나타냈다. 최근 한 주간(3월8~14일) 6.50% 올랐다. 같은 기간 테스(5.78%), 피에스케이(7.45%) 등도 오름세였다.반도체 장비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도 D램 가격이 견조하게 상승하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가 중국 내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서면서 수요가 급증했다”며 “스마트폰의 메모리 탑재량이 늘고, 가상화폐 등 신규 수요처가 생긴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반도체 기업들은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공정 난도가 높아지면서 일부 장비를 교체해 공정을 전환하는 대신 신규라인을 증설해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라며 “그만큼 신규 장비 수요가 늘어 장비주들의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미국 주식시장에서도 반도체 장비회사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램리서치는 지난 2월 이후 16.94% 올랐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역시 같은 기간 11.30% 상승했다.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테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33억원으로 전년 대비 73.90%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25.73% 늘어난 796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피에스케이도 올해 처음으로 8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