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단 25명 서울고용노동청서 이틀째 농성…가족에 영상편지
"결혼하고 첫 명절인데 같이 못 있어서 미안해.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니까 조금만 더 이해해줘. 다음 명절에는 손잡고 양가 부모님 인사드리자. 오빠 씩씩하게 돌아갈게"
이병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전주지회장은 23일 추석 연휴가 둘째 날에 접어들었지만, 단식농성에 참가하느라 고향은커녕 집에도 가지 못했다.

그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영상편지로 전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전국금속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전날부터 서울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사무실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단식에는 지회장 등 대표단 25명이 소복을 입고 참가하고 있다.

앞서 기아차는 내년까지 사내하도급 노동자 1천300명을 기아차 직영으로 특별채용하겠다고 발표했고, 현대차는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노동자 3천500명을 특별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특별채용은 비정규직 노조가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할 것, 체불 임금과 근속을 포기할 것 등이 전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전날부터 단식농성을 벌이면서 특별채용 중단과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있다.

단식농성 참가자들은 추석을 맞아 가족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찍으면서 하나같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병훈 지회장은 "부모님께서 '3천500명 특별채용에 들어가지 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냐'며 이해를 못 하셨다"면서 "아내가 어제 기사 보고 울면서 전화하고, 오늘 잠깐 옷 주러 와서도 보자마자 울더라. 마음은 많이 아프지만, 가정을 지키려면 이 싸움에서 꼭 이겨야겠다"며 눈물을 닦았다.

박선남 현대차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모친에게 보낼 영상편지를 찍으면서 "동지들 모두 좋은 방향으로 가려고 (농성) 하는 것인데, 어머니 마음을 안 좋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수억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도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을 노동부가 자체 확인한 지 10년이 넘었다.

현대기아차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면서 "노동부는 현대기아차가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 명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