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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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교황청이 주교 임명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

교황청은 22일(현지시간) 그동안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주교 임명과 관련해 중국과 예비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왕차오(王超)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앙트완 카밀레리 몬시뇰 교황청 외교차관이 중국 베이징에서 합의안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트 3국 방문길에 오른 직후 공개된 이날 성명에서 "합의안은 교황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명된 중국 주교 7명을 승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합의는 점진적이고 상호적인 관계 회복의 결실로, 세심한 협상의 오랜 과정을 거쳐 도달했다"며 "앞으로 합의안의 적용에 대한 주기적인 검토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도 자체 성명을 통해 양측이 주교 임명문제에 관한 예비 합의안에 서명한 사실을 확인하며 "앞으로도 양측이 계속 소통을 유지하고 양자 관계의 지속적인 개선과 증진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1951년 공산 정권이 들어선 뒤 단교한 양국의 관계 정상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합의의 목표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목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교황청 양측은 3년 전부터 관계 회복을 위한 협상을 개시했으나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가톨릭 교회에서 주교 임명은 교황의 고유 권한이지만, 중국 정부는 교황청의 간섭 없이 천주교 성직자를 독자 임명하겠다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고수해 왔다.

또한, 중국은 수교의 선제 조건으로 바티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해 대만과 단교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바티칸과 중국의 마찰은 끊이지 않았다. 베네딕토 16세 재임 당시인 2006년에는 중국 정부가 교황청 동의 없이 임명한 주교 3명에 대해 바티칸이 이들을 파면하는 일도 발생했었다.

양측이 가장 큰 쟁점이던 주교 임명 합의안에 서명, 관계가 정상화되면 중국내 1000만명이 넘는 지하 가톨릭 신도들을 합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국 지하교회와 중국 관영 천주교 애국회의 분열을 봉합하고, 더 나아가 중국에서 가톨릭 교세를 확장할 수 있게 되는 터라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래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여 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