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 CCTV 사각지대 노리는 도둑들…"방범창 등 점검 필수"
민족 대이동으로 서울 도심 주택이 텅텅 비는 추석 연휴기간은 남의 집을 털어 생계를 유지하는 '양상군자(梁上君子·도둑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들에게는 전통적인 '대목'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도 절도범들은 여전히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를 찾아낸다.

경찰은 연휴 기간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귀중품은 직접 갖고 귀성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압구정동 아파트에 사는 A(50)씨는 이달 초 아파트 주차장에서 승용차 트렁크를 열었다가 골프백이 통째로 사라진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골프백에는 골프채 16개와 명품 선글라스, 우비, 골프공 등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골프백까지 포함해 약 500만원 상당의 물건이다.

A씨는 22일 연합뉴스에 "이름을 새겨놓은 골프채 1개와 공 1개만 남아 있었다"면서 "범인이 아파트 주차장 보안이 잘 안 돼 있는 점을 노린 것 같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올해 8월 중순부터 9월 초 사이에 압구정동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골프백을 훔친 혐의(절도)로 B씨를 구속해 지난 12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압구정동 아파트 3곳의 주차장에서만 범행을 저질렀다.

세 아파트는 모두 1970년대 후반∼1980년대 후반에 지어져 현재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이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물이 10억∼20억원 수준을 호가하는 고가 아파트 단지들이지만, 오랫동안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비슷한 가격의 신축 거주시설과 비교하면 방범은 매우 취약하다.

B씨는 이 같은 점을 노려 트렁크가 제대로 잠겨있지 않은 승용차를 노려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강남 고가 아파트의 경우에도 아파트 내부에 비하면 야외나 지하 주차장은 CCTV 등 보안시설이 취약해 절도범들의 타깃이 되곤 한다.

지난달 초에도 서초·강남구의 아파트·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상습적으로 차량 안의 금품을 훔치던 김모(27)씨가 붙잡히는 사건이 있었다.

김씨는 올해 6∼7월에만 22차례에 걸쳐 1천900만원 상당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주차장에서 승용차 창문을 뜯어내거나 잠겨있지 않은 차문을 여는 수법으로 절도를 저질렀다.

일부 고급 아파트는 주민 사생활을 지나치게 보장하느라 엘리베이터 안에만 CCTV를 설치하고 현관문 앞에는 CCTV를 달지 않다가 절도 피해를 보기도 한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7월 강남 일대 고급 아파트·빌라에서 일주일 만에 1억 3천만원 상당 금품을 훔친 정모(38)씨를 구속했다.

정씨는 한 층에 넓은 평수의 집 몇 채만 있는 식의 고급 주택의 경우 건물 입구와 엘리베이터까지만 CCTV가 있고 현관문들 앞에는 CCTV가 없는 점을 노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민인 척하려고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운동복 차림에 배드민턴 라켓만 들고 고급 아파트를 드나들었는데, 배드민턴 라켓 안에 노루발못뽑이(빠루)를 숨겨 현관문을 여는 식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베테랑 형사는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과거와 비교하면 절도 범행이 많이 줄었지만, 일찌감치 절도를 생업으로 삼은 이들은 몇 번 교도소를 드나든 이후에도 취업이 어렵다는 등 이유로 다시 절도에 손을 댄다"고 설명했다.

이 경관은 "최근에는 명절이라고 과거처럼 절도가 급증하는 추세는 아니고, CCTV가 잘 돼 있어 상습절도범은 대부분 검거된다"면서도 "명절 연휴에는 문단속과 방범창 점검을 철저히 하고, 귀금속 같은 비싼 물건은 금고에 넣거나 직접 휴대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